여야 모처럼 '정책 경쟁'…티메프 사태 해법 이게 달랐다
정쟁 사안만을 둘러싸고 강대강 대치를 벌여온 여야가 모처럼 정책 경쟁에 나섰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두고 각 당이 잇따라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여야에서 총 5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송언석, 더불어민주당 천준호·김남근, 조국혁신당 이해민·황운하 의원이 각각 전기통신사업법·전자금융거래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을 내놓았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판매업체에게 판매 대금을 보내는 정산주기를 단축하는 법안은 여야 모두 발의했다. 플랫폼 업체를 규율하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에는 대규모유통업법과 달리 정산주기 규정이 전무했다. 이 때문에 상품 결제가 이뤄진 뒤 길게는 70일 뒤에야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이 이뤄졌다. 이 기간 동안 판매대금을 유용한 게 티메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야 의원들이 낸 개정안엔 “구매 확정 후 5영업일 이내”(송언석), “배송 완료 후 10일”(천준호), “소비자 수령 후 14일 이내”(김남근) 등 구체적인 정산 주기 규정이 담겼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업체 규제 수위를 두고서는 여야의 온도 차가 드러났다. 여당은 규제보다는 정산금 보호와 같은 거래 보호 장치 마련에 무게를 뒀다. 송 의원은 정산금을 보호하는 ‘에스크로(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정산금 지급 방식)’ 도입으로 판매 대금을 플랫폼 업체들이 유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6일 “위탁형 e커머스는 금융기관적 성격이 있다. 에스크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 같은 방안에 힘을 실었다.
반면 야당은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업계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천 의원은 정산이 늦어질 경우 지연금에 이자를 붙여 대금을 납부하도록 명시하고, 이율은 공정위가 고시하도록 했다. 천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가 티메프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제재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업체가 ‘경영 지도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면 금융위가 자본증액명령, 영업정지, 임원개선명령 등 강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당 차원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티메프 사태 관련 당정 회의를 열어 피해업체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 지원과 정산 기일 단축을 약속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4일 국회에서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농어업 유통 판매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 6일 피해 판매업체 관계자 100여명과 토론회를 열어 애로 사항을 수렴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정부 측 관계자들도 참석해 대책을 설명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같은 날 티메프사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정부가 자율 규제 입장만 고수하면서 거대 플랫폼 시장에 발생한 문제점을 외면했다”며 정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와 피해자 구제 앞에선 여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신속한 구제와 정산기일 단축에 우선 논의를 집중해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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