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보다 수 많다…배드민턴협회 임원 40명, 기부금은 '0'
정부가 ‘셔틀콕 황제’ 안세영(22‧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 간 불거진 선수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경위 파악을 예고한 가운데, 배드민턴협회의 재정 자립도가 금메달리스트를 탄생시킨 협회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배드민턴협회는 임원진만 40명에 이르는데, 다른 종목과 달리 회장‧임원의 기부금은 ‘0원’이었다.
9일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21개 종목의 협회 예‧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배드민턴협회의 재정 자립도는 46.73%(2023년 기준)였다. 협회의 전체 수입에서 정부 보조금이 아닌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금메달 선수가 나온 협회 중 자립도가 50%를 넘지 않는 곳은 배드민턴협회 뿐이다.
국내 스포츠 협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는 기부금이다. 국민체육진흥기금과 지방비 등 보조금만으로 협회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각계의 기부금을 받고, 대회 개최‧중계와 스폰서십 등으로 사업 수입을 올린다. 대기업 총수가 협회장을 맡은 종목의 경우 회장 기부금으로 협회 살림 대부분을 하기도 한다.
양궁·사격·태권도·펜싱 자립도 높아
올림픽에 나간 다른 종목 대부분이 기부금을 받아 선수를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대한양궁협회의 재정 자립도는 81.41%로,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 중 자립도가 가장 높다. 정의선 양궁협회장(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83억원을 기부하며 지난해(66억원)보다 기부액을 늘렸다. 한국사격연맹의 경우 협회 안팎에서 기부금 5억원을 받아 예산을 운용하며 58.14%의 재정 자립도를 기록했다.
대한태권도협회도 올해 기부금은 없지만, 스폰서십 계약과 강습 등 사업 수입이 많아 재정 자립도는 56.07% 수준이었다. 대한펜싱협회는 최신원 회장(전 SK네트웍스 회장)의 기부금 25억원 등을 바탕으로 51.15%의 자립도를 달성했다.
그러나 배드민턴협회는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총 40명인데, 수년간 기부금을 유치하지 않았다. 체육계에서는 배드민턴협회의 ‘대규모 임원진’뿐만 아니라, 아무도 협회에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원진 수만 보면 올해 예산이 1876억원에 이르는 대한축구협회보다도 많다.
지난 2021년 취임한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엘리트 체육인이 아닌 생활체육인 출신이다. 임원진에는 수산업체 대표, 치과의사 등이 들어가 있다. 2000년대까지 배드민턴협회는 대교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임원진이 기부금을 내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안세영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지원하고 후속 세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협회의 재정 확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스포츠계의 목소리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협회장이 종목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다”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스폰서십을 늘려 선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드민턴의 경우 동호인이 많기 때문에 스폰서십 계약이 여타 종목 대비 큰 편이지만, 협찬 추가 확보를 위한 협회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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