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적자국’ 한국이 일본 처음 추월했다…트럼프 당선땐 리스크

나상현 2024. 8.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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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미국의 무역적자국 목록에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서게 됐다. 그만큼 자동차 등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경쟁력이 강화된 성과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9일 미국 상무부 수출입동향 보고서를 한국무역협회와 분석한 결과, 미국의 한국 상대 상반기(1~6월) 누적 무역적자는 340억78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일본(340억4000만 달러)을 제쳤다. 미국의 주요국 무역적자 규모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1~5월까지만 해도 일본이 한국을 앞서고 있었으나, 6월 들어 역전됐다.

전 세계 기준으론 아일랜드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무협에 따르면 2021년만 해도 10위권 밖(14위)이었던 한국의 무역적자국 순위는 2022년 9위, 2023년 8위 등 빠르게 올라왔다. 특히 올해 1~5월까진 누적 기준으로 캐나다를 제치고 7위에 올라왔고, 지난달엔 일본마저 앞서게 됐다. 미국의 중국 상대 무역적자는 올 상반기 1276억5300만 달러로 압도적인 규모를 기록했고, 뒤이어 멕시코(827억400만 달러), 베트남(565억6800만 달러), 독일(422억5500만 달러), 아일랜드(382억4100만 달러) 순으로 이어졌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는 한국의 대미 수출이 올해 호황을 보인 영향이 크다. 올 상반기 기준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6.8% 증가한 64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대중 수출(634억1000만 달러)을 넘어섰다. 반면 대미 수입은 오히려 3.1% 줄어들면서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보다 56.7% 오른 287억1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미국 입장에서의 적자 규모와 한국 입장에서의 흑자 규모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것은 시차와 각국의 운임·보험료 산정 방식 차이 등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차와 고부가가치 차종 인기에 힘입어 한국산 자동차 수출이 크게 확대됐고, 미국 정부가 반도체·2차전지뿐만 아니라 전력망·통신망·항만 인프라 등의 공급망에서도 중국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수출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좋다 보니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최근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무역적자국 순위가 오르면서 긍정적인 평가와 우려 섞인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의 한국 상품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일반기계 등 한국 상품의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경쟁력이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특히 바이든 현 미국 정부의 산업 전략에 있어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로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문제는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 경우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며 ‘눈엣가시’인 적자국들을 대상으로 무역 흐름을 균형 있게 조정하려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신속하게 가져올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와서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우리나라를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평균 3%대인 관세율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 과세’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1순위 타깃은 (무역적자 규모가 큰)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되겠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자동차 품목에 추가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 채널을 가동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도 “무역적자 규모가 커질수록 한국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무역 정책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트럼프보단 덜 하겠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된다 해도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는 마찬가지인 만큼 한국에 대해 불만을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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