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밤녀’ 정은지 “각자의 속도 존중 받아 마땅”

정진영 2024. 8. 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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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이를 연기하면서 느낀 건 각자의 속도가 다 있고, 느리든 빠르든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였어요. '나이는 마음먹기 나름'이란 작품의 메시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배우 이정은과 정은지의 완벽한 2인 1역 연기로 화제가 됐던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낮밤녀)가 마지막 회차 시청률 11.7%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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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취준생 미진, 정은지와 달라
주변에 물어보며 미진 조금씩 이해
“이정은이란 든든한 백 생겨” 애정
정은지는 ‘낮밤녀’를 촬영하며 코미디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그는 “‘술꾼도시여자들’에서 워낙 망가진 이후로 창피함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용기가 생겨서 그런지 웃기는 걸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진이를 연기하면서 느낀 건 각자의 속도가 다 있고, 느리든 빠르든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였어요. ‘나이는 마음먹기 나름’이란 작품의 메시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배우 이정은과 정은지의 완벽한 2인 1역 연기로 화제가 됐던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낮밤녀)가 마지막 회차 시청률 11.7%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에서 만난 정은지는 이 같은 작품의 메시지가 좋아 ‘낮밤녀’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시간의 마법 같은 모습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시간여행같이, 이야기의 주제가 시간으로써 표현되는 걸 좋아했다”며 “‘낮밤녀’는 그 메시지가 확고한 드라마였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저 혼자만 아는 책임과 보람을 더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은지는 ‘낮밤녀’에서 갑작스레 20대에서 50대로 몸이 바뀐 8년 차 취업준비생 이미진을 연기했다. 미진은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온갖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쉽사리 취업을 못해 좌절한 인물이다. 최근 응시한 공무원 시험에서 또 낙방해 침울해 있던 미진은 술에 취해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외친 뒤 갑작스레 50대의 몸으로 바뀌게 된다.

미진이 겪고 있는 혼란과 좌절, 슬픔 등의 감정을 공감 가게 표현했지만, 정작 본체인 정은지는 미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미진처럼 오랜 기간 취업 준비를 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자주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미진의 성격도 정은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정은지는 “미진이는 뭐든 열심히,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정은지와는 맞지 않더라. 가장 이해가 어려웠던 건 내가 변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용기 낼 타이밍이 제 생각과 매번 달랐던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주변에 물어보니 ‘그런 사람도 있다. 나도 끝까지 용기를 내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그래, 어딘가에 이런 사람도 있겠지. 미진이의 속도도 충분히 존중하자’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러모로 ‘낮밤녀’는 정은지에게 남긴 게 많은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든든한 ‘백’ 이정은이 생겨서다. 정은지는 인터뷰 내내 이정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작품을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가 이정은과 2인 1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엄청 떨렸지만 정은 언니가 어려운 선배가 아니었다. 그래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저를 많이 관찰하셨는지, 묘하게 저와 겹쳐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정은 언니에게 평소엔 없지만 미진에게서만 보이는 어린 눈망울이나 손을 뜯는 모습이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은 언니가 코미디를 진짜 재밌게 했다. 특히 나이가 들 때의 ‘웃픈’ 상황을 귀엽게 표현해줬는데, 그게 이 드라마가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던 포인트 아닐까 싶다”며 “정은 언니 부분은 다시 돌려 보고 싶은 정도”라고 웃었다.

정은지는 ‘낮밤녀’를 촬영하며 취향을 발견했다. 촬영 현장이 재밌는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 그는 “조정석 선배와 제가 남매고, 아빠는 성동일, 엄마는 라미란인 진짜 ‘골때리는’ 가족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는 글을 봤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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