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한 (7) 하나님 은혜로 학비 염려 없는 독일 유학 생활

양민경 2024. 8. 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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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는 신약성경의 신화론과 세속화 신학, 해방신학 등이 주도하던 시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일 유학을 준비했던 나는 70년 주한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 장학생 선발고사에 합격하면서 꿈을 실현했다.

학비를 위해 시간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유학생이 적잖았지만 나는 독일 정부 장학금을 받으며 학비 염려 없이 연구와 성경 읽기, 기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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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마련해준 가정집서 지내며
그들 일상생활 체험하고 독일어도 익혀
슈베비슈할서 독어 집중 회화 과정 수강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이 독일에서 유학한 하이델베르크대가 있는 하이델베르크 도시 전경. 산 중턱에 하이델베르크 성이 있으며 아래쪽 오른편에 1563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채택된 성령교회가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1960년대는 신약성경의 신화론과 세속화 신학, 해방신학 등이 주도하던 시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일 유학을 준비했던 나는 70년 주한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 장학생 선발고사에 합격하면서 꿈을 실현했다. 이듬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 유학한다는 소식을 접한 충현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은 혹여 내가 신앙을 잃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이델베르크대는 세계 지성의 전당이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는 예수님 말씀에 대한 단순한 믿음, 자유주의 사상에 대항해 성경적이고 인격적인 하나님을 증거하기 위해 품은 꿈의 결과였다.

25세에 난생 처음 외국 항공기를 탔다. 김포공항에서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을 이용해 일본을 거쳐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 항공기로 갈아탔다.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거쳐 북유럽인 스칸디나비아반도 상공을 지나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비행기 여정을 마무리했다. 여기서 기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농촌 길을 달려 중세 도시인 슈베비슈할에 도착했다. 처음 해외로 나와 독일 음식과 향기가 낯설어 속이 울렁거렸지만 독일 정부가 마련한 가정집 숙소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숙소는 비탈에 세워져 있었다. 훤히 트인 전망이 있는 집으로 눈앞에 평화로운 농지와 가옥들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거실에서 한 층 내려오니 내가 묵을 손님방이 있었다. 집주인 뒬씨 내외는 친절했다. 아침에는 거실에 올라가 이들 부부와 식사를 함께하며 독일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때 나눈 대화는 독일어를 익히고 독일인의 일상을 아는 데 도움이 됐다.

슈베비슈할에서 독일어 집중 회화 과정을 수강하면서 동료 수강생과 로텐부르크란 중세 도시에 당일치기 자동차 여행도 다녀왔다. 독일 농촌은 도시보다 더 아름다웠다. 중세 도시의 흔적을 보는 건 유럽을 이해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각국 청년들과의 대화는 한국인이자 아시아인으로서 국제적인 감각을 갖는 첫 계기가 됐다.

4달 뒤 독일어 어학 과정 중급반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 고풍스러운 도시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구(舊)도시 중심으로 라인강 지류 네카어강이 흐르는 이곳은 칼스베르크의 황태자가 첫사랑을 이룬 낭만적 도시다. 구시가에 있는 성령교회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채택된 역사적 교회다. 강 맞은편에는 고성(古城)인 하이델베르크 성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학 본부는 바로 성 아래에 있다. 이곳에 수시로 올라가 산책할 수 있는 전형적인 대학도시였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앞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귀하다고 느꼈다. 나는 자주 하이델베르크의 성에 올라가 기도하고 사색에 잠겼다.

대학 건물 맞은편 네카어강 근처 산에는 유명한 ‘철학자의 길’이 있다.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철학자 헤겔, 신학자 폰 라드와 헬무트 틸리케 등이 산책한 곳이다. 이곳에서 수학한 저명한 사상가를 마주하면서 저들을 연구하며 생활하는 건, 정말이지 하나님이 주신 젊은 시절 황금기였다. 학비를 위해 시간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유학생이 적잖았지만 나는 독일 정부 장학금을 받으며 학비 염려 없이 연구와 성경 읽기, 기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한인 간호사를 방문해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내려준 유학의 은총이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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