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운전 강사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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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느린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쾌속의 짜릿하고 강렬한 질주보다 저속의 여유와 편안함이 좋다.
도로주행 교육 중에 강사가 했던 말이 인상에 남아 여기에 옮겨 본다.
"흐름을 타야 해요. 처음엔 다 어려워요. 용기를 내요!" 제한속도 80㎞인 1차로에서 2차로로 끼어들지 못했을 때 강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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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느린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쾌속의 짜릿하고 강렬한 질주보다 저속의 여유와 편안함이 좋다. 겁도 많고 운동신경도 둔한 내가 최근에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됐다. 도로주행 교육 중에 강사가 했던 말이 인상에 남아 여기에 옮겨 본다.
“너무 가깝게 차선을 맞추려고 하면 안돼요, 시선을 멀리 두세요.” 나는 가끔 잘하려다 일을 그르치곤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밀착이 아니라 얼마간 거리를 두고 보아야 서로의 결함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여유가 생긴다. ‘합일’은 불가능한 이상에 가깝다는 걸 알면서도 기대치를 높이다 보면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자신의 기준선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 들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적정한 안전거리를 두는 혜안은 언제쯤 생길까.
“실수는 얼른 잊고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세요.” 좌회전 신호를 넣어야 하는데 당황해 우회전 신호를 넣었을 때 들었던 말이다. 어쩌다 뱉은 실언 때문에 자책하고, 잃어버린 기회를 안타까워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가. 바로 지금이 가장 신선하고도 생생하게 다가오는 순간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그의 조언이 주어진 삶을 단순하고도 지극히 사랑하라는 전언이자 실수를 담백하게 수긍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흐름을 타야 해요. 처음엔 다 어려워요. 용기를 내요!” 제한속도 80㎞인 1차로에서 2차로로 끼어들지 못했을 때 강사가 말했다. 답답했는지 뒤따르던 차들이 경적을 울렸고, 잇따라 추월하기 시작했다. 끼어들기 겁이 났고, 사고를 낼 것만 같아 바짝 긴장했다. 그러다 강사의 응원에 힘입어 처음 용기를 냈다. 나중에는 여러 번 반복하자 긴장도 풀리고 그런대로 익숙해졌다. 돌아보면 인간으로 태어나 처음 겪지 않는 일은 없다. 그 곁에 용기를 북돋워주는 이들의 지지 덕분에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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