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처럼의 여야 민생입법 합의, 서로 양보해야 결실 본다
“정쟁 70일의 빈손 국회” 화난 민심에 여야 등 떠밀려
입법폭주 중단, 영수회담 수용 등으로 협치 이어가길
여야가 모처럼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키로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 배준영,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여·야·정 3자 대화체 실무협상 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70일 만에 처음 성사된 입법 합의다. 그동안 여야는 고물가와 불볕더위도 아랑곳없이 민생과 무관한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해 왔다. ‘빈손 국회’에의 국민 피로감과 정치 혐오는 극에 달했다. 어제 여야 합의도 성난 민심에 떠밀린 결과였다. 만시지탄이나 일단 환영한다. 이 합의의 진정성을 입증할 길은 단 하나,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이다.
여아가 당장 처리키로 한 법안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과 의료대란을 메우기 위해 진료지원간호사(PA)를 법제화하는 간호법 등이다. 혹서에 시달리는 빈곤층을 위한 전기료 감면에도 공감했다. 그러나 중동발 전쟁 위기와 요동치는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리스크까지 고려한다면 시급한 법안은 산적해 있다. 연말이 일몰 시한인 K칩스법과 고준위방폐장법, 재판 지연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법관 증원과 저출산 방지를 위한 육아휴직 확대 법안 등이다.
민주당은 새 국회 70일 동안 특검법을 9건, 탄핵안을 7건 쏟아냈다. 오로지 이재명 전 대표 방탄과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가 목적인 ‘입법 폭거’였다. 문재인 정부도 입법을 기피했던 노란봉투법까지 밀어붙여 정쟁을 유발했다. 국민의힘도 할 말이 없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을 막으려고 국회를 보이콧하는 바람에 민주당과 합의 여지가 있었던 연금개혁안을 걷어찼다. ‘용산 지키기’를 민생에 우선했으니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가.
더 이상의 기대마저 사라졌던 터에 어제 모처럼 싹틔운 민생 입법 합의가 공염불로 끝나선 안 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8월 임시국회 휴전’을 통 크게 수용하라. 한 달 만이라도 정쟁 대신 민생법안만 속도감 있게 통과시키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다. 8일 협상에서 매듭짓지 못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서둘러 합의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이 제안한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민생만을 의제로 하고,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 성과는 없이 정쟁만 증폭시켰던 4·29 영수회담의 재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도 영수회담을 원한다면 거부권이 행사된 쟁점 법안들의 재의결을 시도하는 폭주를 멈추고 ‘2 특검 4 국정조사’ 같은 정쟁 사안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시각 차이가 적은 공통분모 정책부터 오름차순으로 차근차근 합의해 나가는 게 최선의 해법일 것이다. 더 큰 국민의 이익을 위해 자기 정파의 이익을 양보하는 쪽이 결국 더 큰 승리를 얻는 게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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