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이끌게 된 빈자를 위한 은행가[김원배의 뉴스터치]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84·사진)가 방글라데시 임시정부를 이끌게 됐다. 두 차례에 걸쳐 21년간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격화되는 시위 속에 해외로 도피하자 그가 구원 투수로 떠올랐다.
경제학자인 유누스는 1983년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다. 여성을 주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을 하면서 빈곤을 퇴치하고 자활을 도왔다. 이 공로로 노벨상까지 받았다. 군부 쿠데타 이후 과도 정부가 이어지던 2007년 유누스는 창당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력 야당 지도자였던 하시나의 견제가 시작됐다. 하시나는 방글라데시 독립 영웅이며 초대 대통령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딸이다.
2009년 하시나가 다시 정권을 잡자 탄압이 본격화했다. 유누스는 2011년 자신이 설립한 그라민 은행에서 쫓겨났고 수사와 송사에 시달렸다. 올해 1월에는 노동법 위반 혐의로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은행가'라는 명성마저 지울 수는 없었다.
방글라데시 정국은 안갯속이다. 하시나 정권에 맞서 투쟁한 학생 시위대가 유누스를 지지하고 있지만, 군부의 움직임이 변수다. 군부는 하시나가 요구하는 유혈 진압을 거부해 정권 붕괴를 앞당겼지만, 과거에 쿠데타와 정치 개입을 한 전례가 있다. 이번 임시정부에서도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누스가 군부의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국을 안정시키고 군부의 입김을 차단하면서, 조속히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도록 하는 것이 유누스 앞에 놓인 과제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리 1%p 내리면 20% 상승…‘이것’ 사둘 타이밍 왔다 | 중앙일보
- '베드신 몸매 보정' 거부한 여배우, 이번엔 뱃살 당당히 드러냈다 | 중앙일보
- 31쪽 공소장 다 뒤져봤다…수미테리 홀린 유혹 실체 [스파이전쟁 2부-대북공작원 ②] | 중앙일보
- 축구협회보다 수 많다…배드민턴협회 임원 40명, 기부금은 '0' | 중앙일보
- 방시혁, 00년생 여성 BJ와 포착…베버리힐스 찍힌 영상 보니 | 중앙일보
- "몰래 헬스장 와 녹음한 뒤 고소"…3만 관장들 분노한 사연 | 중앙일보
- 못생긴 사람은 2년 일찍 죽는다…美 연구 결과 '충격' | 중앙일보
- 외상도 유서도 없었다…혼자 살던 30대 여성, 집에서 숨진 원인 | 중앙일보
- "아이 있어요? 재택 하세요"…전국 지자체에 '주 4일제' 확산 | 중앙일보
- 미인대회 자친 하차한 남아공 미녀…이유는 '국적 논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