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단점은 우릴 특별하게 한다
남들이 내 단점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하지? 낯선 이들을 만날 때마다 늘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이 단점만 없었다면 내 인생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영화 ‘바튼 아카데미’의 주인공들도 울퉁불퉁 단점이 돋보인다. 배경은 1970년 미국 동부의 사립 기숙학교. 크리스마스를 맞아 텅 빈 교정에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세 사람이 남는다. 역사 교사 폴은 앞뒤가 꽉 막힌 외골수이고, 학생 앵거스는 전학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는 반항아다. 조리사 메리는 외아들이 베트남에서 전사한 뒤 더 무뚝뚝해졌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들이 서로에게 ‘앙트레 누’(entre nous, 우리끼리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폴은 대학 시절 부당한 일로 중퇴한 뒤 자괴감을 삭이며 살아왔다. 앵거스는 아버지의 정신질환으로 부모가 이혼한 뒤 어느 한 구석 정 붙일 데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이 마음 문을 여는 순간 그들을 열등감에 빠지게 했던 단점들이 눈 부시게 빛나기 시작한다.
‘누가 누가 잘하나’ 장점만 떠받드는 사회에서 단점이 크게 보이면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한번 물음을 던져보자. 단점이 과연 그토록 부끄러워해야 할 잘못인가? 누구든 단점이 있는 것 아닌가? 행복과 불행에 관한 톨스토이의 진단을 원용하자면, 장점은 서로 닮아 있지만 단점은 저마다를 특별하게 만든다. 때로는 한 줄의 비문(非文)이 글에 생기를 불어넣지 않는가. 단점은 그 사람만이 지닌 개성이자 정체성인지 모른다.
자신과 남의 단점에 가혹해지지 말자.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나는 이렇고 저이는 저렇구나.’ ‘우린 기암괴석들이구나.’ ‘다 비슷하면 재미가 없겠구나.’ 진정 칭찬받아야 하는 것은 ‘완전한 사람’이 되려는 강박을 떨쳐내고, 장점으로 단점을 가리려 하지 않으며, 단점과 함께 나아갈 때다. 그러할 때 단점은 삶의 궤적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그니처가 된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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