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카카오의 승부수 “미래 성장핵심은 카톡과 AI”
선택과 집중 나선 카카오
카카오가 카카오톡(카톡) 기반 비즈니스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사업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개선된 실적을 공개했다. 김범수 창업자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운데 카카오는 카톡과 인공지능(AI)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2분기 연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2조 49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8% 증가한 134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증가를 견인한 건 톡비즈(카카오톡 비즈니스) 부문이었다. 광고 매출(3070억원)과 커머스 매출(2070억원)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 5% 성장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보내는 유료 메시지 부문 성과가 특히 좋았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플랫폼 기타) 매출도 전년 대비 18% 늘어난 354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콘텐트 부문은 성장세가 주춤했다.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2330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게임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흥행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카카오의 일본 만화 플랫폼 픽코마 매출(1160억원)도 13% 감소했다. 현지 대규모 프로모션에 따른 비용 확대 등 영향이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카오는 현재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3일 구속한 김범수 창업자를 이날 기소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자본시장법(시세조종)을 위반한 혐의다.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에 대한 주주 여러분의 우려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카오 그룹 구성원이 힘을 합쳐 경영 쇄신과 AI 혁신에 매진 중인 가운데, 이런 상황을 맞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들이 이끄는 모든 서비스가 차질 없이 운영되고 서비스의 본질과 그에 대한 책임을 지켜나갈 수 있게 저를 포함한 그룹사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신아 대표는 “현재 카카오와 그룹 계열사들은 각자 핵심 사업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향후 핵심 사업의 본질에 집중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의 경우 미래 성장 핵심을 카톡과 AI로 정의했고, 하반기부터는 전사적 자원을 톡비즈 성장 재가속과 AI를 통한 새로운 혁신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부문에 대해선 수익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출시하겠다”며 “하반기에는 대화형 플랫폼 형태로 첫 B2C(기업-개인간 거래) AI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새 서비스는 카톡이 아닌 별도 앱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하반기 중 일부 계열사 매각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 대표는 그룹 계열사 매각 계획을 묻는 말에 “카톡 플랫폼, AI와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한 비핵심 사업은 하반기 중 효율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밝혔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앞날은 여전히 시계제로 상태다. 김 창업자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행법상 해당 재판에서 카카오 법인이 양벌규정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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