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벨트 풀어…8만 가구 더 짓는다
정부가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8만 가구 규모의 주택 추가 공급에 나선다. 서울에는 149㎢ 규모의 그린벨트가 있는데, 산으로 둘러싸인 강북보다는 서초·강남구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해제될 전망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추진하고,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해 정비사업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규제 완화도 진행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신규 공급되는 주택 물량은 21만 가구 이상이다. 기존 추진 중인 21만7000가구 규모의 공급 물량도 예정보다 빠르게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규모 공급 대책에 나서는 건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상승세가 수개월째 지속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들어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을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고, 비(非)아파트와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가 지속하는 등 지역별·유형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6년간 서울과 수도권의 우수한 입지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우량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서울 및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등을 활용한 신규택지 후보지 8만 가구를 내년까지 지정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1·10대책’에서 발표 물량(2만 가구)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올해 5만 가구, 내년 3만 가구다. 올해 5만 가구 가운데 2만 가구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이 최대 70% 공급되도록 추진한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서울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수요가 많은 선호 지역이 상당 부분 포함된다”며 “서울 공급 물량은 1만 가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전체 면적(605㎢) 24.6%(149㎢)의 그린벨트가 있는데 서초구가 23.88㎢로 면적이 가장 넓다. 이어 강서(18.92㎢), 노원(15.90㎢), 은평(15.21㎢), 강북(11.67㎢) 등 주로 강북 지역에 넓게 퍼져 있다.
“수요 많은 곳에 공급”…그린벨트 해제, MB 이후 12년만
정부는 구체적인 지역을 오는 11월께 발표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남권 위주로 그린벨트 해제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북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라 (해제된다면) 강남권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경기도와 인접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일산 등지의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신규택지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등 5㎢를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수차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에 나섰지만, 서울시가 반대해 무산됐다.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오는 13일부터 11월 발표 때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할 방침이다.
다만 신규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실제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당장 들썩이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카드는 아닌 셈이다. 진현환 차관은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대기자들이 당장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도심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걸림돌 제거에도 나선다. 정부는 우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를 공식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폐지를 위해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는 시세 차익이 주변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8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향상을 위해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추가 허용하는 방안도 예고했다. 3종 주거지역의 경우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데, 이를 일반 정비사업지역에서는 330%까지, 역세권에서는 390%까지 확대한다. 용적률 완화에 따른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차등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정비사업 속도를 단축하고, 자금 부담 경감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촉진법에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인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 처리를 허용한다.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완화(75→70%)하고, 조합 총회 시 전자의결(온라인 총회·투표) 방식도 도입한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에도 속도를 낸다. 11월 2만6000가구+α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내년 이후 선정 물량도 정비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 최초 인허가가 이뤄지고, 2029년까지 인허가 8만8000가구, 착공 4만6000가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비사업 대출보증 규모도 기존 10조~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정비사업 분담금 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연금의 개별인출 목적과 한도도 확대한다. 재건축사업의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에 대해서는 취득세 감면(최대 40% 범위)도 추진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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