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등 민생 법안…여야, 이달 처리합의

김기정, 성지원 2024. 8.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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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비쟁점 민생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개원 후 두 달 넘게 정쟁만 일삼던 22대 국회에 처음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

국민의힘 배준영,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은 8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일명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동 뒤 배 수석은 “꼭 필요한 민생법안은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전세사기특별법은 조금 쟁점이 남아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녀 사망 시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인 구하라법과 간호사 처우 개선 내용 등을 담은 간호법은 이른 시일 내에 타협이 가능한 법안으로 거론된다. 피해 구제 방식에 대한 이견이 컸던 전세사기특별법에 관해선 최근 여야가 피해 주택 경매 차익으로 피해자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 등 절충안을 논의 중이다.

22대 국회 들어 순직해병 특검법, 방송 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7개 법안의 본회의 통과는 모두 거야 입법 독주의 결과물이었다. 여야가 일부 법안 합의 처리에 나선 것은 ‘티메프 사태’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에도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한다는 따가운 여론 때문이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 줄다리기 시작…대통령 참여 놓고 팽팽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번째)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동혁 최고위원. 전민규 기자
하지만 얼어붙은 정국이 단번에 ‘해빙 무드’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이날도 민주당은 연거푸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순직상병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하며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못 박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에서는 휴전협상에 나올 듯이 말해 놓고 뒤로는 뒤통수 칠 궁리만 하는 화전양면전술”이라며 “민주당이 경제 위기와 민생 해결에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이제라도 특검법에 대한 집착과 고집을 그만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은 특검법안 발의 후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이날 원내수석 회동에서도 여·야·정 협의체 구성 여부를 두고 여야는 평행선이었다. 배 수석은 “실무적인 여·야·정 협의체는 조건 없이 구성하자”고 했지만, 박 수석은 “전제조건은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전민규 기자

특히 박 수석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주도한 ‘전 국민 25만원 지급’ 법안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 또는 여야 원내대표단 초청을 통해 민생 회복과 관련한 진정한 안을 내놓고 서로 협의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일 때 과연 여야 관계가 발전할 수 있겠나”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견 있는 연금개혁·세제 개편 등을 머리를 맞대서 논의하자는 게 협의체 구성 취지”라며 “영수회담과 협의체 구성은 별개 문제”라고 반박했다. “협의체 구성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말도 했다.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탄핵과 특검법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민생에 대한 진정성이 얼마나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당 수석은 “뚜벅뚜벅 ‘베이비스텝(baby step)’부터 간다는 차원”이라며 “만나고 협의하고 결론 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하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원내대표는 “지금 국민의힘 원내대표께서 재량과 자율 권한을 가지고 일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라며 “국정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 대통령께서 함께하셔야 의미가 있다. 여야 상설협의만 가지고선 책임과 자율, 재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극한 대치에 대해 “일방통행, 고집불통,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치가 실종되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며 여·야·정 협의체 구성 문제에 단서를 단 것이다. 그는 “정치를 복원하려면 대통령과 여당, 특히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게 15번이고, 방송 4법까지 하면 19번이나 된다. 대통령의 ‘묻지 마’ 거부권 행사는 국민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민주주의 거부이자 독재선언과도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화니, 타협이니, 협치니 하는 것들이 가능이나 하겠나”고 지적했다. 전날 자신이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휴가를 마치셔야 하고, (민주당이) 다음 주말이 되면 새로운 당 대표와 지도부가 선출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며 “관련 의제에 대한 조율이 사실상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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