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만리장성에 또 막혔다…女 탁구, 단체전 4강 완패→10일 동메달 결정전 [파리 현장]
(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여자 탁구가 또 한 번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올림픽 단체전 준결승 길목에서 만난 중국에게 패하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가 호흡을 맞춘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에서 게임 스코어 0-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를 '노골드'로 마치게 됐다.
한국은 이날 첫 번째 복식 매치에서 신유빈-전지희가 중국의 천멍-왕만위를 상대했다. 준결승 승리를 위해서는 복식 경기를 무조건 따내고 게임 스코어 1-0 리드를 선점하는 게 관건이었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에게 명백한 열세였다. 다만 여자 복식에서 '월드 클래스'로 인정받고 있는 신유빈-전지희가 천멍-왕만위를 상대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2023 더반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은메달리스트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여기에 신유빈이 파리 올림픽 개막 후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도 긍정적이었다.
전지희는 준결승 진출 확정 직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신유빈의 세계 랭킹이 높아 우리가 단체전 시드를 잘 받았다"며 "신유빈이 중국 선수를 많이 상대했다. 이번 올림픽 단식 준결승에서 챔피언(중국 첸멍)도 만났으니까 많이 느꼈을 거고 단체전에서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역시 중국이었다.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에 이어 파리에서 여자 단식 2연패에 성공한 천멍, 도쿄 대회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자 세계랭킹 3위 왕만위는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신유빈-전지희는 첫 번째 단식 매치 1게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4-11이라는 큰 점수 차로 패하면서 초반 주도권을 뺏겼다. 2게임도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천멍과 왕만위의 맹공에 당황한 신유빈-전지희가 실수를 연발하면서 5-11로 2게임을 내리 중국에 내줬다.
신유빈-전지희는 일단 3게임을 11-9로 따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초반 5-0 리드를 잡으면서 중국의 기세를 한풀 꺾어놨다. 중간에 점수 차가 좁혀지기도 했지만 10-9에서 신유빈의 강력한 스매시 공격 시도가 성공하면서 3게임을 챙길 수 있었다.
신유빈-전지희는 4게임에서도 중국과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7-9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연속 2득점으로 동점을 만들고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에 연이어 2점을 헌납하면서 단체전 첫 번째 복식 매치 승점은 중국의 차지가 됐다.
한국은 믿었던 신유빈-전지희 조의 복식 매치 패배로 부담감이 더 커졌다. 두 번째 단식 매치에서 이은혜가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랭킹 1위 쑨잉사와 맞붙었다.
이은혜는 자신보다 한 수 위 기량을 가진 쑨잉사를 상대로 단식 매치 1게임 초반을 잘 버텼다. 하지만 4-4에서 몸이 풀린 쑨잉사가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뽐내면서 점수를 쌓기 시작했다. 이은혜의 범실까지 더해지면서 5-9로 격차가 벌어졌다. 결국 5-11로 1게임을 내주면서 한국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됐다.
이은혜는 2게임에서도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쑨잉사는 2게임에서 더 날카로운 공격을 쏟아부었다. 2게임 내내 압도 당한 끝에 1-11로 고개를 숙였다.
3게임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이은혜는 쑨잉사에게 끌려다닌 끝에 3게임까지 3-11로 헌납하면서 두 번째 단식 매치까지 중국이 승리를 챙겨갔다. 한국은 게임 스코어 0-2로 몰렸고 준결승 진출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졌다.
한국은 '맏언니' 전지희가 세 번째 단식 매치를 무거운 마음 속에 나섰다. 경기 흐름이 중국 쪽으로 급격하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반전이 필요했지만 왕만위는 3게임에서 이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지희는 1게임 초반부터 공격 범실이 속출했다. 왕만위의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데다 실수까지 연발하면서 스코어가 1-8까지 벌어졌다. 2점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왕만위가 1게임을 가져가면서 결승 진출 티켓은 중국에게 점점 더 다가갔다.
전지희는 2게임 중반까지 왕만위와 호각세를 다투면서 반격을 노려보기도 했지만 승부처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왕만위가 2게임까지 삼키면서 패배의 그림자가 더 강하게 드리워졌다.
전지희는 3게임에서도 왕만위를 넘지 못했다. 3-1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가 말해주듯 참패였다. 한국은 이날 첫 번째 복식 매치부터 두 번째, 세 번째 단식 매치까지 단 1게임도 얻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신유빈은 임종훈과 호흡을 맞췄던 혼합 복식 준결승에서 왕친추-쑨잉사,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첸멍에게 패한 데 이어 단체전까지 중국에게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한국은 이날 단체전 준결승전 패배로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한국 시간으로 8월 10일 오후 5시 독일과 일본의 준결승 제2경기 패자와 동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한국 여자 탁구의 올림픽 단체전 마지막 메달은 2008 베이징 대회에서 나왔다. 김경아, 당예서, 박미영이 호흡을 맞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신유빈-임종훈의 혼합복식 동메달이 유일한 메달 수확이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7일 단체전 8강 탈락으로 노메달로 파리에서 여정을 마감했다.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꿈꾼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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