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몬테네그로 대법원, 권도형 한국 송환 또다시 보류
한국산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의 한국 송환이 또다시 잠정 보류됐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8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고등법원과 항소법원의 결정 집행을 보류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어 "이는 법정 기한 내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법리 검토에 착수해 오는 9월 초쯤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일 항소법원이 권씨에 대한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확정하자 현지 대검찰청은 이에 불복해 하루 만인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 보류로 권씨의 한국 송환도 다시 한번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권씨는 지난 3월에도 고등법원과 항소법원의 결정으로 한국행을 눈앞에 두는 듯 했지만 대검찰청의 이의 제기 끝에 대법원이 4월 5일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리면 권씨는 다시 원점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하급심과 상급심의 엇갈린 판결이 거듭 반복되면서 권씨의 범죄인 인도 문제가 지금보다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기각할 경우 권씨의 한국 송환이 최종 확정된다.
쟁점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그동안 항소법원은 법원이 권씨의 범죄인 인도국을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항소법원은 "범죄인 인도가 청구된 사람이 범죄인 인도에 동의하는 경우 약식 절차를 적용해야 하고 이 경우 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다"고 밝혀왔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 4월 5일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를 놓고 두 국가(한국과 미국)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의무는 피고인에 대한 인도 요건이 충족되는지만 판단하는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 허가나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이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권씨는 테라폼랩스 창업자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함께 검거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월 한국으로 송환됐다. 한씨는 한국에서만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기 때문에 쉽게 결정됐지만 권씨는 한국과 미국 모두가 인도를 요청하면서 그가 검거된 지 1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에 수십조원가량 피해를 준 혐의를 받는 권씨는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소당한 상태다.
그동안 권씨 측은 법원에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미국 법무부도 권씨의 신병 인도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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