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절반이 ‘中 전기버스’…중국산 LFP 배터리 안전한가
임지혜 2024. 8. 8. 21:37
최근 인천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로 위 전기버스 상당수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기버스 안전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54.1%다. 지난 2017년 25.5% 수준이었던 신규 등록 중국산 전기버스 비중은 2020년 33.2%, 2021년 27.8%, 2022년 41.8%, 2023년 54.1%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상반기(1~6월) 신규 등록된 전기 버스 중 국산 점유율은 59.3%로, 중국산 점유율 40.7%보다 18.6%p 높았다. 중국산 점유율은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이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에는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쓰인다.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를 쓰는 국산 전기버스보다 가격이 약 1억원 가량 저렴하다. 판매 가격이 싼 중국산 전기버스가 개편 전 정부의 보조금 혜택 덕분에 점유율을 크게 늘려온 것이다.
NCM 보다 화재 위험성 낮지만, 열 폭주 시 불화수소 발생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반면, NCM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 등 안전성이 더 높다. 다만 LFP 배터리라고 해서 100%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2차전지 LFP 역시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한 종류로 양극 활물질에 리튬 인산철을 사용한다. 니켈, 코발트와 같은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배터리 용량이 작아 주행거리를 짧은 대신 화재 위험성이 낮은 셈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의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스 발생 특성에 대한 연구(2021)’에 따르면, LFP NCM 포함 양극재 종류와 관계없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발생했다. 다만 양극재 기준으로 LFP 배터리에서 불화수소(HF)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NCA 배터리, NCM 배터리 순이었다. HF는 열폭주 시 발생되는 전체 가스 발생량 중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은 편이지만,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독성가스로 인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화재 건수가 적다. LFP가 NCM보다 내화성을 갖췄고, LFP 탑재 전기버스가 24시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재 빈도수가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덕이 많은 지역에서) 언덕을 올라갈 때 전기버스 효율을 높이다 보면 발열이 날 수 있다. 이럴 때도 냉각수가 작동, 충분히 식힐 수가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언덕만 계속 올라가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평지가 대부분인데, 한국에서 계속 언덕만 올라가다 보면 배터리에 가중치가 가해져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냉각 기능도 계속 반복하면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체 비용 큰 LFP…재활용도 안돼
이런 경우 배터리 수명이 줄면 버스가 갑자기 방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기버스에 탑재되는 LFP 배터리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교체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중국 사례로 본 전기버스 배터리 노후화 문제(2023)’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품질 관련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2018~2022년 중국에서 발생한 신에너지차 관련 품질 관련 분쟁 중 48%가 배터리 시스템 문제였다.
특히 배터리 노후화가 뜨거운 감자다. 전기버스 배터리는 5~7년 사용 후 노후화가 발생한다. 배터리 교체 비용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연구는 전기버스 신차 구매 가격의 20~30%로 추정했다. 여기에 배터리와 모터·전자제어시스템을 함께 교체하면 비용은 전기버스 신차 구매 가격의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전기버스는 차령인 9년 내 배터리 교체가 1회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에 전기버스 보급이 2018년을 전후로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배터리 노후화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버려지는 LFP 폐배터리도 문제다. LFP 배터리는 재활용이 어렵다. 가격이 저렴해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한 경제적 가치가 크게 높지 않다. 중국 기업들은 LFP 폐배터리를 매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NCM 배터리는 100% 리사이클링을 할 수 있는데 LFP 배터리는 쓰레기, 폐기도 어렵다”라며 “예컨대 NCM 배터리 100을 처리하면 95원을 얻지만, LFP 배터리 100을 처리하면 10~15원을 얻는다. 비교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FP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환경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제작사나 판매사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보증된 배터리 사용…안전장치 갖춰야”
최근 NCM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전기버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LFP 배터리 탑재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대폭 줄면서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배터리 성능과 재활용성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의 경우 중국 업체인 패러시스의 NCM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위험성을 가진 제품엔 인명 안전을 원천적으로 보증해야 한다는 논리로 SIL(Safety Integrity Level) 등급을 갖추도록 한다. 예컨대 프랑스에서 들여온 KTX는 속도가 더 빠르고 위험한데도 집중호우 시 운행이 어려운 일반 철도와 달리 운행이 가능하다. 그만큼 SIL 보증이 돼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 배터리 종류만 수십억 개가 들어와 있다. 중국산 배터리라고 할지라도 선진국에서 품질 관리를 거친 제품과 중국에서 자생한 업체들이 만든 제품과는 신뢰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조건 선진국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전기버스는 사람이 많이 탑승하고, 운행을 마친 후엔 한 곳에 세워 두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 있다. 이에 먼저 안전성이 보증되는 제품, 신뢰성이 있는 제조사의 배터리를 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백 교수는 “배터리 열 폭주 전 내부 단락(내부 합선)이라는 단계가 있다. 그 원인은 과부하에 의한 과열, 과충전에 의한 과열, 충격이나 노면 충격 등 물리적 충격사고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며 “이 원인에 따라 단락이 나고 열 폭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유지 관리를 철저히하고, 제조사에 과열 방지 센싱 등 안전장치를 부과토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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