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한남동 주택도 현금으로 ‘턱’…영리치의 세계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8.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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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유튜브·가상자산으로 큰돈

1988년생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올해 초 기업을 상장시키며 거부 반열에 올랐다. 에이피알 시가총액은 약 2조원. 32% 지분을 보유한 그는 6000억원대 자산가로 대한민국 대표 영리치(Young & Rich)가 됐다.

지난 2018년 국내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가 글로벌 화장품 기업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팔렸다. 스타일난다는 2004년 김소희 대표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만들었다. 김 대표는 지분 100%를 6000억원에 팔며 역시 영리치 반열에 올랐다.

슈퍼리치 가운데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두 창업자처럼 기업을 만들어 상장시키거나 대기업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가상자산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며 디지털에 빠른 젊은 층이 초기 투자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금융가는 영리치 자산관리 시장을 노린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는 중이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한남더힐. (매경DB)
서울시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면적 233㎡가 지난 1월 9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주택을 매수한 사람은 1998년생으로 20대 중반 나이였다. 해당 주택에 별도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전액 현금 거래로 추정된다. 지난 2월 80억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96㎡ 매수자 역시 30대 초반(1992년생)으로 젊었다. 해당 가구는 채권최고액 15억4000만원의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했다. 은행이 채권 금액 120~130%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빌린 돈은 10억원대 초반이다. 나머지 70억원에 가까운 돈은 전액 현금으로 매수한 듯 보인다. 장윤정·도경완 부부 소유 한남동 나인원한남 매수자도 1989년생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전용면적 244㎡인 해당 호수는 120억원에 거래됐다. 역시 현금으로 완납했다.

1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고급 주택을 별다른 대출도 없이 사는 이들은 젊은 부자, ‘영리치’다. 이들 가운데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은 이도 있다. 그러나 영리치와 가까운 금융사 PB들은 “디지털과 AI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스스로 부를 일궈낸 영리치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IPO(기업공개)를 통한 2030세대 스타트업 창업자는 물론, 스타트업의 스톡옵션을 통해 부를 쌓은 임원 등이 그 사례다. 예를 들어 10억원 넘는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은 카카오게임즈·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주요 계열사 3곳에만 600명가량 있다. 유튜버, SNS 인플루언서, 가상자산 투자자 등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영리치의 주요 직업군이다.

영리치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사 PB들은 나이 기준으로는 1980년대생 이후(44세 이하)를 영리치로 본다. 폭을 넓혀 49세 이하를 ‘젊음(Young)’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재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는 50만명에 달한다. 이 중 20·30대는 약 10%인 4만90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40대까지 포함하면 14만명이 영리치에 속한다.

한남·성수 아파트·美 주식 선호

다채로운 포트폴리오 구성 특징

영리치의 투자 성향은 대체로 공격적이다. 짧은 기간 큰돈을 번 만큼 ‘돌격 앞으로’의 성향이 몸에 배어 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으로 돈을 번 영리치는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빼놓지 않는다. 한편 이미 일군 자산을 지키기 위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도 신경 쓴다. 최근 젊은 자산가들의 초고가 부동산 매입이 늘어나는 이유 역시 강남, 용산 지역 초고가 주택을 안정적인 유망 자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스타일난다를 매각한 김소희 전 대표는 막대한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2018년 회사 매각 이후 서울 명동 상가와 성북동 주택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부동산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현재 그가 소유한 부동산 가치는 확인된 것만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에만 올인하는 건 아니다. ‘올드리치’와 달리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며 비상장주, 해외 주식, 코인 등 리스크를 감내해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간한 ‘대한민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40대로 구분한 영리치의 평균 금융자산 비중은 전체의 52%다. 50대 이상 올드리치 평균 금융자산 비중 42%보다 높다.

신한은행 PWM영업본부 패밀리오피스지원팀 관계자는 “영리치는 부동산과 채권 등에 장기 투자하기보다 주식과 주식연계채권 등 단기에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환금성이 높은 상품을 선호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상장주식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해외 데이터센터나 인프라, 대체투자상품 등에 투자하기 위해 직접 조합과 사모펀드(PEF)를 결성하는 사례 역시 증가했다는 게 주요 패밀리오피스 PB 전언이다.

금융권도 영리치 모시기에 공을 들인다. 영리치는 자신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짜기보다 금융사에 맡기는 사례가 많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리테일(소매) 영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투자상품 가입 금액 클래스가 다른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WM(자산관리)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 대형 증권사 강남권 PB는 “영리치 네트워크 확보가 곧 높은 수익”이라며 “최근 들어 자산관리뿐 아니라 커플 매칭 등으로 영리치 간 커뮤니티 조성에 나서고, 와인이나 그림 등 교양을 높이는 과정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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