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발언' 안세영, 입장 발표 연기 왜?…"축하받아야 하는 올림픽 선수들 위해"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 행정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폭탄 발언을 했던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국가대표 동료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안세영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녕하세요? 안세영입니다. 저의 이야기로 많은 분들을 놀라게 해 드려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시했다.
안세영은 "특히, 수많은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합니다. 저의 발언으로 인해 축하와 영광을 마음껏 누리셔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됐습니다. 선수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어제 공항까지 걸음 하셨던 기자 분들과 저의 입장을 기다리고 계신 많은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의 생각과 입장은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충분히 축하를 받은 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이며 글을 끝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지난해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한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까지 더해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 최고수임을 확고히 알렸다.
그런데 직접 안세영의 시대를 알린 이날, 안세영은 금메달의 기쁨이 아닌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세영은 결승전이 끝난 직후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저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힘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계속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 내 기록을 위해 계속 뛰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잘 모르겠다"며 "앞으로 저는 그냥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폭탄 발언이 일파만파 커지자 안세영은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낭만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상상과는 다르게 저의 인터뷰에 다들 놀라셨죠?"라고 운을 뗀 뒤 "일단은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저의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어서 참 나의 서사는 고비고비마다 쉬운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저의 올림픽을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 그 끝에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다는 소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는데 또 자극적인 기사들로 재생산 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발언이 국가대표 은퇴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했다. 안세영은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 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그리고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 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드민턴협회는 7일 10페이지가 넘는 보도자료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안세영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소상히 그 내용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위할 것을 약속드린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안세영의 문제 제기에는 하나하나 반박의 말을 실었다.
먼저 협회는 "안세영 선수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림픽 참가자격을 획득하고 1번시드를 획득,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며 우리 협회에서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의 대회 참가여부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음을 말씀드린다"라고 전했다.
안세영이 지적한 대표팀 내 훈련 시스템에 대해서는 "국가대표팀 귀국 후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훈련 방식 및 체력운동 프로그램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 공유하도록 하겠으며, 안세영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은 협회로는 공식적으로 전달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협회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선 "현 협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서는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규정으로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관련 규정이 무시될 경우,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표팀 이탈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있으며, 그럴 경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에 있어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참가는 아래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에 의거, 올림픽 참가선수의 최종 결정권한은 대한올림픽위원회에 있다. 우리 협회의 임의적인 결정으로 선수에게 참가 권한을 부여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안세영의 희망을 사실상 거부했다.
협회는 또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는데 있어 단식 선수에게 복식경기를 하도록 종용한 사례는 있을 수도 없는 일임을 말씀드린다"며 "안세영 선수의 대표팀 결별 관련 발언 관련 우리 협회는 배드민턴 더 나아가 한국 스포츠의 중요한 선수가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안세영 선수의 귀국 후 열린 마음으로 심도 있는 면담을 통하여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안세영 선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협회가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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