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3년 이상 단축 될 듯…여소야대 국회가 변수”

김원 2024. 8. 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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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대책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해 적기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담은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8일 오후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빌라로 대표되는 소형 비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비아파트 범위를 늘리는 등 최근 위축된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기간이 최소 3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3년간 한시적 상향 ▶임대주택 용적률 감소 ▶재건축 동의율 완화(75→70%) ▶조합원 취득세 40% 감면 등을 통해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역세권의 경우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3배까지 높일 수 있어 목동·여의도·압구정·상계 등의 역세권 단지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49개 세부대책 가운데 40%가량은 국회를 통화해야 하는 등 정책의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8일 내놓은 주택공급 대책 가운데 절차 간소화, 용적률 상향 등이 담길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에 주목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 처리, 사업 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을 허용하는 등으로 최대 3년의 기간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이날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재건축ㆍ재개발 촉진법’ 제정으로 정비사업 단계별 계획을 통합 처리할 수 있게 돼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사업단계별 복잡한 절차를 개선해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용적률 상향은 사업성과 직결된다. 예컨대 기존 용적률이 평균 150% 수준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의 7·8단지 등 일부 역세권 단지의 경우 상향된 용적률을 적용받으면 단지 규모가 2.6배 이상 커질 수 있다. 일반 분양 물량이 그만큼 늘어나 조합원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에서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용적률이 감소하고, 임대주택의 인수가격 역시 현재보다 1.4배 상향하는 등의 대책은 주민들의 분담금을 낮추고 갈등을 줄여줄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교수도 “목동·여의도·압구정·상계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택지지구 가운데 역세권 단지가 이번 대책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이 이뤄지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주도 사업의 특성상 정부의 기대대로 사업이 순항할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37만가구 정도지만, 공사비 급등, 사업성 저하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부동산R114 여경희 빅데이터연구소장은 “현재 재건축 사업의 문제는 절차상의 어려움보다는 급등하는 공사비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정작 공사비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미흡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 대책이 사업성이 비교적 좋은 강남, 여의도 등 주요 입지 재건축에만 혜택을 준다는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급대책은 최근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실제 공급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중장기적인 대책 일색이라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너무 중장기 대책에 치중해 최근 수도권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시장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당장 주택 가격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은 비아파트 공급 확대인데, 이번 대책에 비아파트 부문에 대한 규제완화나 지원정책 등 부족하다”며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의 좀 더 적극적인 비아파트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기자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신규택지를 확보하는 방안 역시 후보지 발표 이후 실제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북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라 (해제가 된다면) 강남권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물량 정도로 강남권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신규 택지 주택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분양'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의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 공급했을 당시 분양가보다 시세가 5∼6배 뛰어 '로또 아파트' 논란이 일었다. 진현환 차관은 “과거 보금자리주택 분양 때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책의 실행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대책에서 나온 49개 방안 중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한 방안이 약 40%(19건)에 달해서다. 주택 공급과정에서 적용하는 관련 법이 얽혀 있기 때문에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면, 주택 공급규모가 당초 정부 계획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 폐지, 용적률 인센티브가 포함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등은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국회 통과가 안될 경우 실제 공급효과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 주거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고, 민생에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민주당은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을 위한 민생 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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