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졌어도 함께 '만세', 제 가슴도 뭉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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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현 기자]
요즘 푹푹 찌는 한여름 밤 무더위를 그나마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이겨내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경기를 보는 내내 선수와 같은 마음으로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한다. 이기면 더없이 기분이 좋지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임애지, 한국 여자복싱 최초 메달 쾌거...동메달 확보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임애지가 콜롬비아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와의 대결에서 판정승 한 뒤 환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올림픽 메달이 운동선수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는 다 안다. 특히 올림픽 금메달은 많은 운동선수들의 꿈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꿈의 무대에서 꿈을 이뤘으니 얼마나 가슴이 벅차겠는가.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선수들의 쾌거에 큰 기쁨과 감동을 함께한다.
메달 색깔을 넘어서
그런데 금메달을 기준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다 보니,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아무리 많아도 금메달 한 개보다 못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사실 메달을 받을 수 있는 선수라면 실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 얼마든지 메달의 색깔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날의 컨디션이나 대진 운 같은 요소도 경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여 세계 랭킹이 앞서는 선수가 뒤지는 선수에게 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메달만 값진 것이 아니라 은메달이나 동메달도 해당 분야의 운동선수로서 각고의 노력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얻은 결과다.
간혹 결승전에 진출하여 은메달을 확보한 선수가 최종 결승에서 패하는 경우, 무척 허탈해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치는 안타까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은메달리스트가 인터뷰하는 것을 보면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아쉬운 마음이야 있겠지만, 은메달도 금메달 못지않게 자랑스럽다. '금메달 지상주의', '일등 제일주의'가 선수들에게 오히려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기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땀 흘려 노력한 과정, 유감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이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의 축하를 받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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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딴 김우진 선수도 대단하지만, 아쉽게 패배하여 은메달을 딴 브래디 엘리슨 선수가 진심으로 상대를 축하해 주는 모습이 더욱 보기 좋았다. 두 선수는 손을 맞잡아 만세를 하고, 명승부를 벌인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포옹을 나눴다.
▲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인전 마지막 날에서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프랑스 테리 리네르가 은메달을 획득한 김민종의 손을 들어 함께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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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후에 리네르 선수는 자신의 승리를 만끽하면서도 김민종 선수의 손을 들어 올려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고 함께 싸운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남북, 시상대에서 만나 '빅토리 셀피'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임종훈, 신유빈과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 리정식, 김금용 등이 시상대에서 삼성 Z플립 6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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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패자를 존중하고 위로하는 매너를, 패자는 승자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태도가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다. 경기에서는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기량을 다하여 싸우고, 경기가 끝나면 서로 우정을 나누고 화합하는 모습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명승부와 감동이 함께하는 올림픽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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