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기둥 깔린 60대, 병원 10곳서 거부…결국 숨졌다

구급차 이미지.

콘크리트 기둥에 깔린 60대 남성이 한동안 치료할 병원을 찾아 헤매다 결국 숨졌다. 이 남성은 입원실 부족 등을 병원 10곳에서 받아주지 않는 바람에 1시간 넘게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찰·소방 등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기사 A씨(60대)는 지난달 31일 오전 7시36분쯤 경남 김해시 대동면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역 작업 중 떨어진 1.5t짜리 콘크리트 기둥에 깔렸다. 이 사고로 A씨는 다리 등을 다쳤다. 119구급대가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병원 이송이 1시간 이상 지연된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한다. A씨 유족이 확보한 소방 구급활동일지를 보면, 오전 7시39분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는 10여 분 뒤인 오전 7시52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10여 분간 응급조치를 취한 소방당국은 경남과 김해와 인접한 부산 지역 대학병원과 권역중증외상센터 등 10곳에 문의했다. 하지만 A씨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정형외과 진료나 응급 수술이 어렵거나 입원실이 없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결국 김해지역 한 지역응급의료센터 병원이 받아줬다. 응급처치 등은 가능하지만 수술이 필요하면 전원해도 된다는 동의 받는 조건이었다. 119구급대는 이송 병원이 정해진 뒤인 오전 8시 31분에야 환자 이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오전 8시47분쯤 이 병원에 도착했다. 사고가 난 지 1시간 넘게 흐른 뒤였다.

A씨 상태는 사고 초기만 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명료했다. 감각이나 운동 반응도 양호한 상태였다. 하지만 병원 도착 2~3분 전부터 악화했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등 의식이 희미해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그러다 구급대가 병원에 A씨를 인계한 이후 심정지가 발생했다.

경남도는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과는 무관하다는 견해다. 도 관계자는 “김해가 부산과 인접해 여러 병원에 연락할 수 있는 탓에 병원 수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20분 이내에 병원을 선정했다”며 “이는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외곽 지역은 (이송 병원 위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송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했다.

김해=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