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마 ‘루나’와 17연승 ‘미스터파크’… 김영관 조교사, 경마역사 쓴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2024. 8. 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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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마 역대 최다 1500승 신기록 -3

천리마를 알아본다는 '백락'을 아시나요?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사람으로, 말을 보는 일에 능통한 재상 백락이 현신했다는 얘기가 국내 경마계에 나돌고 있다.

현대판 백락이라 불리며 한국경마 역대 최다승인 1500승 신기록을 눈앞에 둔 김영관 조교사 이야기이다.

김영관 조교사.

올해 상반기에만 34승을 올리며 서울·부경 통합 최다승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관 조교사는 현재 1500승까지 3승을 남겨둔 상태다. 김영관 조교사가 이번에 1500승을 달성할 경우 한국경마 더러브렛 조교사로는 최초의 기념비적인 승수를 기록하게 된다.

조교사는 보통 한 주에 열리는 15개 경주 중 8개 경주에 출전한다. 비교적 적은 출전 기회에서 연간 50승을 달성하면 그해 최다승을 달성할 수 있지만 매년 50승을 달성하더라도 1500승은 30년이 걸리는 셈이다. 김 조교사의 1500승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71명의 조교사 중 500승을 넘긴 조교사가 10명 남짓이기에 대부분의 조교사에게 1500승은 꿈의 숫자이다.

말을 알아보는 남다른 안목 때문에 붙은 별명 ‘현대판 백락’ 김 조교사는 전남 무안 출신이다.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은 뒤 1976년부터 기수 생활을 하다 체중 조절 실패로 마필관리사로 전향한 김 조교사는 서울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 시절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말과 함께 잠을 자며 말의 습성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김영관 조교사는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2004년 조교사로 데뷔했다.

경마에서 조교사는 마주와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경주마의 훈련과 관리, 출전경주 설계와 전략까지 총괄하는 일반 스포츠 종목의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마주가 경주마를 맡길 수 있도록 영업하고 전국의 목장을 돌아다니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경주마를 발굴하는 것 또한 조교사의 일이다.

여느 운동 종목이나 감독이 유망주를 발굴하는 선견지명이 중요하듯이 조교사에게도 명마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경마계에는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마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에 말이 70%를 차지하고 기수가 30%를 차지한다는 뜻으로 기수의 실력보다는 말이 가진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김영관 조교사의 남다른 안목이 빛을 발한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목장에 다니며 신예마 발굴에 힘을 쏟아 마방에서 흔히 만나기 힘든 조교사로 유명하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달려가 자신만의 안목으로 말의 생김새를 보고 명마의 자질을 갖춘 망아지를 찾아낸다.

그는 경주마를 고르는 재주가 워낙 좋아 중국 춘추시대 말의 생김새를 보고 그 말의 좋고 나쁨을 가렸다는 백락의 이름을 딴 ‘현대판 백락’으로 통한다.

김영관 조교사 앞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이 줄을 서 있다. 보통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위탁을 부탁하는 형국이지만 김 조교사는 반대다. 마주들은 워낙 많은 승리를 끌어내는 그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다.

명마도 백락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성어 ‘백락일고(伯樂一顧)’처럼 김 조교사는 2004년 11월 28일 부경 1경주 경주마 ‘루나’의 조교사로 인생 첫 경주를 시작했다.

그에게 첫 대상경주 우승을 안겨준 루나는 그가 처음으로 발굴한 원석이었다. 2003년 경주마 경매장에 나왔던 루나는 선천적 다리 장애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김영관 조교사는 모두가 외면하던 루나에게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김 조교사의 보살핌과 특성화된 훈련으로 루나는 무려 몸값의 78배를 벌어들이며 그에게 보답했다. 루나는 한국경마의 레전드로 자리한 김영관 조교사의 경마 인생에 뗄 수 없는 스토리다.

국내 최다 연승마로 기록된 17연승의 ‘미스터파크’도 경주마 데뷔 이전 몇번의 구매 취소를 겪으며 외면받았다. 그러나 ‘미스터파크’의 강한 승부욕을 알아본 김영관 조교사의 추천으로 곽종수 마주는 구매를 결정했고 미스터파크는 김영관 조교사 아래서 명마로 거듭났다.

김영관 조교사가 2019년 코리아 스프린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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