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명 명예훼손 수사에 3000명 통신 조회.... "나도 피해자"
[유지영 기자]
▲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검찰에서 온 문자가 담긴 핸드폰을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
ⓒ 유지영 |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에서 온 문자메시지가 담긴 자신의 핸드폰을 취재진에게 내밀었다.
검찰이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관련 보도를 했던 기자를 비롯해 친인척과 일반 시민 등 약 3000명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통신 자료 조회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인 가운데 언론노조, 참여연대 등 관련 단체가 8일 오후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검찰의 권한 남용을 규탄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나도 피해자다"라면서 "방금 언론노조가 아닌 민주노총의 다른 산별노조의 간부 역시 통신 조회 대상이 된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왜 자신이 통신조회 대상이 된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일과 무관한, 생활하기 바쁜 지인·친인척이 포함된 만큼 엄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를 '언론인 통신 사찰'로 규정하고 향후 야당과 공조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면 이를 요구할 계획이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저는 (대통령) 명예훼손을 빙자한 일종의 간첩 수사로 본다. 명예훼손 수사가 어렵나?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과 사실 아닌 부분의 고의와 과실을 입증하면 되는데, 광범위한 통신 정보 조회는 관련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만들기이자 저인망식 수사이고 범죄로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민변, 언론노조, 정보인권연구소 등 관련 시민단체가 '검찰의 언론인 사찰 규탄 및 통신 이용자 정보 무단 수집 근절 방안'에 대해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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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83조2(통지의무)에 따라 정보 조회 대상이 된 이들에게는 30일 이내에 관련 사실이 통지된다. 유 부소장은 "올해 1월 이전에는 정보를 어떻게 조회했는지조차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그 대상이 주요 정치인이나 언론인이라면 이것이 바로 사찰"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과거 (이런 행태를) 사찰이라고 규정했는데 그때는 사찰이었고 지금은 적법한 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따졌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매년 대한민국 인구의 10% 정도인 500만 건의 통신자료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기준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의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은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사법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특히 "통신이용자정보를 수집하면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되는데, 주민번호는 개인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열쇠가 돼 다양한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날 긴급 기자설명회에서는 이런 광범위한 정보 제공을 막기 위한 국회 역할도 제기됐다. 김은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변호사는 "검찰의 자의적인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요청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정보든 수사할 목적으로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받는 현행 제도는 비례적이지 않다"라면서 ▲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에 대해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제도 도입 필요 ▲정보 제공 당사자가 위법하고 부당한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에 구제 받을 필요 ▲현재는 30일 이내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받은 사실을 통지해야 하나 예외적으로 수사기관이 유예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이 사유를 엄격하게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언론인과 정치인, 일반 국민들에게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라는 메시지를 발송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지난 1월 4일 통신 가입자의 성명과 전화번호,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수사 목적으로 조회했다는 내용을 7개월 만에 알려 논란이 됐다.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관련 보도(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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