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넘길 것 알고 블랙요원 명단 유출"…군무원에 간첩죄 적용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8일 해외 블랙 요원 등의 명단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군무원 A씨에 군형법상 간첩죄 등을 적용해 군 검찰에 송치했다. A씨가 넘긴 정보를 북한이 최종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간첩 혐의를 적용한 건 A씨가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는 이날 “A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군형법상 일반이적·간첩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방첩사는 “구체적인 범죄 사실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설명이 제한된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중국 동포 등을 통해 정보사 블랙 요원의 명단을 포함한 2·3급 기밀 다수를 북한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방첩사는 지난달 28일 A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때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만 적용했다. 송치 시점에서 간첩죄가 추가됐다는 건 방첩사가 “A씨가 북한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정황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가 된다. A씨가 군사 기밀이 최종적으로 북한으로 흘러 들어갈 것임을 인식하고, 혹은 미필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중국 동포(조선족)에게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다만 일반 이적죄를 함께 적용한 건 법원에서 북한 공작원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형법상 간첩죄(제13조)는 ‘적(북한)’을 위해 활동한 경우만 처벌하는데, 이 경우 북한 정찰총국 산하 공작원 등과 접촉했다는 게 비교적 명확하게 뒷받침돼야 유죄로 인정된다. 통상 신분이 드러나는 소통 내용이나 지령문 등 물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반면 군형법 제14조상 일반 이적죄는 적(북한)을 이롭게 한 행위 뿐 아니라 8항을 통해 ‘그 밖에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한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이 아닌 외국인이나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경우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형에 처해진다.
앞서 2018년 중국·일본 공관 정보원에게 해외 요원들의 신상 정보를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정보사 공작팀장 황모 씨도 ‘적'인 북한에 정보를 넘긴 게 아니었지만, 일반 이적죄로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단순히 북한 공작원 의심 정황만으론 간첩죄나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지는 않는 경향이다. 2022년 북한 추정 세력에게 군 기밀을 넘겨준 육군 특전사 대위 A씨 사건에서 재판부는 “북한 대남공작부서인 정찰총국 소속 해커부대 공작원이라는 의심이 들긴 하지만, 러시아 또는 중국·일본 등 주변국 정보국의 브로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기밀을 넘겨받은 이가 ‘일 없습니다’ 등 북한식 표현을 쓴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런 말투는 북한 사람 뿐 아니라 중국 거주 조선족(중국 동포)도 쓰는 말”이라며 “A씨가 그를 중국 동포로 의심하기도 했기 때문에 반드시 북한 공작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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