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벨트 풀어 8만가구 공급…재건축·재개발 촉진법 만든다
정부가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8만 가구 규모의 주택 추가 공급에 나선다. 서울에는 149㎢ 규모의 그린벨트가 있는데, 산으로 둘러쌓인 강북보다는 서초·강남구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해제될 전망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추진하고,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해 정비사업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규제를 완화도 진행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신규 공급되는 주택 물량은 21만 가구 이상이다. 기존 추진 중인 21만7000가구 규모의 공급 물량도 예정보다 빠르게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규모 공급대책에 나서는 건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상승세가 수개월째 지속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들어 서울·수도권의 선호지역을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고, 비(非)아파트와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가 지속되는 등 지역별·유형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6년간 서울과 수도권의 우수한 입지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우량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강북보단 강남권이 유력
정부는 우선 서울 및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등을 활용한 신규택지 후보지 8만 가구를 내년까지 지정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1·10대책’에서 발표 물량(2만 가구)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올해 5만 가구, 내년 3만 가구다. 올해 5만 가구 가운데 2만 가구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이 최대 70% 공급되도록 추진한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서울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수요가 많은 선호 지역이 상당 부분 포함된다”며 “서울 공급물량은 1만 가구 단위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전체 면적(605㎢)의 24.6%(149㎢)의 그린벨트가 있는데 서초구가 23.88㎢로 면적이 가장 넓다. 이어 강서(18,92㎢), 노원(15.90㎢), 은평(15.21㎢), 강북(11.67㎢) 등 주로 강북 지역에 넓게 퍼져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지역을 오는 11월께 발표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남권 위주로 그린벨트 해제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북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라 (해제가 된다면) 강남권일 가능성이 높다”며 “얼마만큼 물량 공급이 가능하며, 시장안정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경기도와 인접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일산 등지의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신규택지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등 5㎢를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수차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에 나섰지만, 서울시가 반대해 무산됐다. 서울시가 협조해야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한 만큼 정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는 주택 유형과 방식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오는 13일부터 11월 발표 때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할 방침이다.
다만 신규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실제 입주까지 최소 10년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당장 들썩이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카드는 아닌 셈이다. 진현환 차관은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대기자들이 당장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차원"이라며 "주택 공급 여력과 기반을 다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와의 협의과정에서 들어보니 이번에 그린벨트 해제로 장기전세주택(SHIFT) 물량을 많이 공급하려는 의향이 있었다"며 "신혼부부 등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 물량이 35% 이상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기존에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등에서도 신규 택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3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2만 가구 이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진현환 차관은 “3기 신도시의 유휴토지와 자족용지 비율이 너무 높아 이를 주택용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며 “쾌적한 주거 환경 유지를 위해서 현재 210% 수준의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재초환 폐지, 용적률 상향…정비사업 걸림돌도 제거
도심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걸림돌 제거에도 나선다. 정부는 우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를 공식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초환으로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주민 부담, 주택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 폐지를 위해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는 시세 차익이 주변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8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향상을 위해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상한 기준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추가 허용 방안도 예고했다. 3종주거지역의 경우 법적상한 용적률이 300%인데, 이를 일반 정비사업지역에서는 330%까지, 역세권에서는 390%까지 확대한다. 용적률 완화에 따른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차등 완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3종주거지역의 경우 임대주택 용적률이 25%에서 15%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대주택의 인수가격 역시 현재보다 1.4배 상향해 사업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줄면 그만큼 일반분양분을 늘릴 수 있어 조합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비사업 속도를 단축하고, 자금 부담 경감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촉진법에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인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 처리를 허용하고, 조합 설립 이후 마무리 단계인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 역시 허용한다.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완화(75→70%)하고, 조합 총회 시 전자의결(온라인 총회·투표) 방식도 도입한다. 공공 지원도 확대해 정비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공사비 갈등 발생 시 현장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하고, 초기사업비 일부를 기금에서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에도 속도를 낸다. 11월 2만6000가구+α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내년 이후 선정 물량도 정비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 최초 인허가가 이뤄지고, 2029년까지 인허가 8만8000가구, 착공 4만6000가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35년까지 1기 신도시 정비를 통해 약 10만 가구 이상이 추가공급될 것으로 국토부는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에는 22조원 ‘매입확약’
정비사업 대출보증 규모도 기존 10억~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정비사업 분담금 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 연금의 개별인출 목적과 한도도 확대한다. 재건축 사업의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에 대해서는 취득세 감면(최대 40% 범위)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앞서 1·10 대책의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하는 ‘패스트트랙’ 도입과 이번 촉진법 시행으로 앞으로 재건축 사업 일정이 각각 3년씩 총 6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통상 14∼15년 걸리는 재건축 사업이 8∼9년이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수도권 공공택지의 신속한 공급을 위해 정부는 LH(한국투지주택공사)가 조성한 수도권 공공택지에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한다. 적용대상은 수도권 3만6000가구 규모이며, 내년까지 실착공해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한 경우 LH가 이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확대 중인 지방 미분양에 대해서는 CR(기업구조조정)리츠, 지방 미분양 보증 등을 활용하고, 기존 1주택자가 내년 12월까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할시 1가구1주택(양도세·종합부동산세) 특례 등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계획한 물량이 조기 공급되면 전세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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