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상품권으로 명품 산 LH직원, 현금영수증에 덜미 잡혔다
‘순살 아파트’ 논란을 부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위 의혹이 감사원 조사 결과에서 또다시 드러났다. 8일 감사원이 공개한 ‘LH 전관 특혜 실태 주요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방치, 태만, 유착, 상품권 수수, 골프 향응, 해외 여행과 단어가 수십차례 등장했다. 감사원은 LH 직원 37명에 대해 파면·정직을 포함한 문책 및 징계를 요구했고, 금품 등을 수수한 LH 전·현직 직원 각 1명과 업체 소속 민간인 3명 등 총 5명에 대해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LH의 강도 높은 자체 조사 결과 이후 이뤄진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제가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도권에 근무하는 LH 차장급 간부 A씨는 2021년 3월 명품을 구매하며 230만원어치 상품권을 사용했다. A씨가 남겨놓은 현금영수증 기록을 통해 이를 확인한 감사원은 해당 상품권의 구매 이력을 추적했다. 그 결과 상품권 230만원 모두 A씨가 아닌 법인 카드로 결제된 것이었다고 한다. A씨가 업체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명품을 산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중 상품권 구매자 정보가 남아있는 80만원은 A씨가 감독을 맡은 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던 회사들이 산 것이었다.
감사원은 A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2019년~2023년 사이 총 10회에 걸쳐 4560만원의 현금을 ATM을 통해 A씨가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부친이 명절 때마다 준 현금을 보관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럴 경우에도 1000만원 이상 현금 재산을 등록하고 신고하는 공직자윤리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란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밖에 A씨가 ▶LH 출신 전관들과 베트남 등으로 해외 여행을 다니고 ▶2020년 음주운전 사고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은 뒤 회사에 알리지 않았고 ▶감사 착수 직후 휴대전화를 파기한 점 등을 고려해 A씨를 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하고, LH에 파면을 요구했다.
LH의 또 다른 차장급 현장 감독이었던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 B씨와 대전·충남지역본부 소속 C·D씨는 직무 관련 업체에 소속된 전관 E씨에게 3년간 모두 합해 100여차례의 골프 예약 편의를 제공받았다. 골프장에서 90만원 상당의 할인 혜택도 누렸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선 LH에 정직을 요구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 과태료 처분을 요청했다.
직접적인 금품 수수 외에도 LH가 발주한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전관 업체와의 유착 실태도 드러났다. 전관 업체의 공사 설계 오류를 확인하고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관 업체에 공사 감독 품질 우수 통지서를 발급하고, 미흡 통지서를 받아야 할 전관 업체에는 통지서 발급을 하지 않기도 했다.
감사원은 LH 자체 조사 결과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아파트 주차장 붕괴의 원인이 된 무량판 설계 오류와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된 17개 공사 지구에 대해 LH의 설계 감독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도 점검했다. 그 결과 16개 지구에서 건축 구조 설계 오류가 확인됐는데, 감사원은 LH가 이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해 설계 보완 지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H 자체 조사에서 시공 오류가 확인된 7개 지구 역시 LH가 철근 누락 등 보완점을 미리 인지하지 못해 부실 시공이 초래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한 직원들에 대해 문책 및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제점이 발견된 해당 지구에 대해선 LH의 보완 공사 작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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