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조종' 카카오 김범수 기소…쟁점은 '자본시장법 176조 3항'

이영근 2024. 8. 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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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가 8일 김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사진은 지난달 김 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구속 만료일(11일)을 사흘 앞두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SM엔터 주가를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기위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가 검찰 수사 대상이다. 당시 카카오 측의 SM엔터 보유 지분(8.16%)이 5%를 넘었는데도 주식 당국에 대량 보유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 등에서 시세조종을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2월 16∼17일, 27일 3일간 약 1100억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매수·물량소진 방법으로 363회 시세조종했다고 의심한다. 또 같은 달 28일에는 홍 전 카카오 대표, 김 전 카카오엔터 대표 등과 공모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명의로 190회에 걸쳐 약 1300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을 사들였다고 판단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재판에선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의 성립 여부를 두고 김 위원장 측과 검찰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이 김 위원장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은 ‘상장증권 등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증권을 매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카카오가 지난해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인수를 방해할 목적과 의도가 있었는지를 검찰이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이 조항에 대해 대법원은 “시세고정 목적의 행위 여부는 증권의 성격, 발행 총수, 가격과 거래량 동향, 전후 거래상황,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과 공정성, 시장관여율 정도, 지속적 종가관리 등 거래 동기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해당 조항을 위반했다는 물적·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고 향후 재판에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 아울러,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현재까지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를 받는 배 전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는 앞서 구속기소됐다가 각각 지난 3월과 지난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받고 있다.

반면에 같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불기소 처분(기소유예)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 부문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신청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적용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위반 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해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형사 처벌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로 올해 1월부터 도입됐다. 검찰은 리니언시 적용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문장은 지난달 5일 배 전 대표의 공판에 증인 출석해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원아시아와 손잡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카카오에 등을 돌렸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검찰에 아무리 유리한 진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부문장을 불기소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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