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출신에 '류희림 오른팔'까지... 추락하는 KBS

신상호 2024. 8. 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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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⑨] 7명 KBS 이사 면면, '이명박근혜' 시대 인사도 귀환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언론노조 주최로 6일 오전 서울 중구 언론노조에서 열린 '공영언론-공공기관 부적격 이사 고발 기자회견'에서 이호찬 MBC본부장, 박상현 KBS본부장, 윤창현 위원장, 김현태 연합뉴스지부장이 이사로 선임되거나 지원한 인사들의 면면을 지적하며 "극우 막말 인사 앞세운 방송장악 거부! 부적격 이사 거부! 이사 선임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 이정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7월 31일 취임 직후 전체 회의를 열어 KBS 이사 7명 추천 명단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이를 재가했다.

KBS(한국방송)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대국민 사과,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방영 무산 등에 이어 최근에는 취재기자 노트북에 붙인 세월호 리본 모자이크 처리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갤럽의 채널 선호도 조사에서도 KBS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번에 선발된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논란의 KBS'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 분석 결과 KBS 이사로 발탁된 7명 가운데, 김의철 전 사장 해임과 박민 사장 임명을 이끈 이사 2명이 유임됐고, 다른 2명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등 유사 보수 단체 출신들로 파악됐다. 공동취재팀은 새로 임명된 이사들의 면모를 들여다봤다.

이인철, 방문진 이사 당시 '언론 장악' MBC 간부 감싸기
 이인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지난 2017년 11월 2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실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안을 논의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이인철 이사와 허엽 이사는 보수 성향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변호사인 이인철 이사는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함께 공언련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자유미디어국민행동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는 방송3법에 대해선 "공영방송의 관리·감독 권한을 포기하는 민주당 법안은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7월 토론회), "공영방송을 언론노조에 양도하는 공영방송 불하 법안"(6월 토론회)이라고도 했다.

'가짜뉴스'와 관련한 입장 변화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지난 2018년 11월 문재인 정부 당시 가짜뉴스 대책과 관련 이 이사는 미디어연대 토론회에서 "정부가 할 일은 문건을 만들어 대책을 논할 것이 아니라 신뢰의 회복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시기인 지난 3월 '4.10 총선과 딥페이크 가짜뉴스 근절 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언론의 가짜뉴스에 대한 배상액이 현실적이지 않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해서는 개정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규제 강화에 무게를 뒀다.

이 이사는 2015∼2018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였을 당시, 언론 장악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MBC 간부들을 감쌌다는 지적도 받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월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취지의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이 논란이 되자, 방문진 이사회는 수차례 논의 끝에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당시 방문진 이사회는 MBC 경영진의 '노조 불법 사찰'로 알려진, 이른바 '트로이컷' 사건도 '책임없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 연루된 MBC 경영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동아일보> 출신 허엽, 언론노조와 대립각

<동아일보> 기자 출신 허엽 이사는 최근까지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 단체는 자체 모니터단과 반야당 성향 인터넷 매체 '트루스가디언'을 운영하며 공언련 등과 '가짜뉴스' 관련 행사를 함께 개최해왔다.

허 이사는 지난 2023년 7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괴담을 <한겨레> <경향신문>이 받아서 스피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9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공청회'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좌파 언론단체, 매체의 협업으로 가짜뉴스가 퍼진다"고 했다.

공영방송 언론노조에 대한 허 이사의 반감은 뚜렷하다. 지난 5월 29일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세미나에서 허 이사는 "지상파 방송이 사회적으로 공인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파적인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똬리를 틀고 있다. KBS, MBC 등이 시대착오적 정파성을 벗어나지 못 하면 사회적 자산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의철 해임-박민 임명' 이끈 서기석·권순범 연임 성공
 서기석 헌법재판관이 지난 2019년 4월 18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의철 전 사장 해임과 박민 사장 임명을 이끈 서기석, 권순범 이사는 이번에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KBS 이사장인 서기석 이사는 지난 2023년 9월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하고(9월 12일), 박민 사장 임명제청안을 통과(10월 13일)시켰다. 서 이사장은 당시 1차 투표에서 박민 사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자 투표를 중단시키고, 결선투표 대상이던 다른 후보가 사퇴한 뒤 박민 사장만 두고 표결을 진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서기석 이사는 지난 2008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배임 혐의 항소심을 맡아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은 김용철 변호사가 "서기석 판사가 황백(제일모직 사장) 등과 골프를 쳤고, 이후 삼성 비리 사건 2심 재판을 맡아서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됐다. 서 이사는 2013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삼성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삼성 판결은 이후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되어 고법으로 돌려보내졌고, 유죄가 확정됐다.

권순범 이사는 KBS 기자였던 2011년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2015∼2018년 KBS 사장)과 현대자동차 홍보 담당자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논란이 있다. 골프 접대 사실은 권 이사가 처음 KBS 이사회에 들어온 2021년 방통위가 후보자 면접 답변을 공개하면서 확인됐다. 부정 청탁, 청렴과 관련한 KBS 윤리강령, 취업규칙 조항 위반 소지가 있는 문제였지만, 권 이사는 연임에 성공했다. 공동취재팀은 서기석, 권순범 이사에게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황성욱, 방심위에서 '언론 입틀막' 오른팔 역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가운데)이 지난 3월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성욱 이사는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을 지냈다. 사실상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행한 '언론 입틀막'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황 이사는 류 위원장과 함께 공언련, TV조선 등을 22대 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추천 단체로 선정해 '편파 구성, 편파 심의'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2023년 9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보도에 대한 긴급 심의 결정 때도 방송심의소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의결을 끌어냈다.

황 이사는 방심위에서 업무추진비 초과 집행이 가장 많았다는 지적도 받는다. 2023년 방통위 회계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황 이사는 업무추진비 초과 집행 사례가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황 이사보다 초과 집행이 적었던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은 해촉된 반면, 황 이사는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면서 '표적 감사' 논란이 불거졌다.

황 이사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무특보를 지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총선에 도전했으나 공천 심사에서 떨어졌다.

류현순, 길환영 체제에서 <추적 60분> 편집 개입 논란 연루

류현순 이사는 KBS 출신으로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정책기획본부장을 거쳐 방송 담당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길 사장은 청와대 지시를 받아 보도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취임 1년 7개월여 만에 해임됐고, 해임 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이 시기 부사장을 지낸 류 이사 역시 2013년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추적 60분> 방송 편집 개입 논란에 연루된 바 있다. 류 이사는 공동취재팀의 해명 요청에 "(길환영 사장 때) 저는 일만 했고, 어떤 인사나 제작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①]"언론 입틀막 완성하라"... 이진숙의 'MBC 장악' 배후는 https://omn.kr/29f91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②]어뷰징 매체에 여론전 의뢰... 그 핵심에 등장한 이진숙 https://omn.kr/29hys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③]이진숙 'MBC 노조 비방' 여론전, 어뷰징 매체와 2억 5천 계약 https://omn.kr/29k04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④]공언련과 사정기관, 윤 정부 '언론장악' 손발로 움직였다 https://omn.kr/29lyk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⑤] MBC사장 교체→민영화... 이진숙의 '언론장악' 시나리오? https://omn.kr/29me6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⑥] 이력서 엉터리로 쓴 김건희 옹호론자 발탁한 '이진숙 방통위' https://omn.kr/29nhu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⑦] 최승호 PD 쫓아낸 간부도 방문진 이사 복귀, "방송장악 정점" https://omn.kr/29nif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⑧]"저하고 딱 마주 앉았다"... 공영방송 이사 '스폰서 검사 의혹' 재점화 https://omn.kr/29ppc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박종화 박상희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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