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금투세 원천징수 기술적 문제 지적…금감원 "폐지 고민 필요"
금투세 도입 시 시장 위축…업계 우려 표명
금감원장, 기업 밸류업 공시 참여도 독려
자산운용사들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시 원천징수 방식 등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 등을 토로하며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도 시장 위축 등을 지적하며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백브리핑을 통해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CEO분들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했다”며 “금투세 같은 유형의 세금을 원천징수 방식으로 징수해야 되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점 등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자산운용사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23개 운용사 대표 등 총 29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자산운용사 대표 대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위축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펀드런 등 부작용을 예상하며 금투세 폐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불가피하게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과 제반 인프라 구축, 보완책 마련 등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투세 도입에 따른 기술적 문제에 대한 우려는 금투업계 공통 의견으로 관측된다. 앞서 증권사 대표들도 지난달 금감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투세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간담회에서 증권사 대표들은 ▲세금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이탈 우려 ▲기관 간 정보공유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손익계산 곤란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고정된 수입이 거의 정도가 보장된 은행 이자 수입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업에 투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에 참여해 얻는 자본이득 및 배당이득을 이자와 같은 성격으로 취급하는게 맞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가 있다”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현재 금투세 폐지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 수용을 촉구하고 있으나 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유예 등을 거론하기도 했으나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도입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 원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이례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하며 취약점들을 보완하겠단 입장을 보였다. 이번주 코스피는 미국의 경제 침체 우려와 엔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리스크로 급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과거 위기 상황에 비춰 환율·자금시장·실물 경제의 급격한 다운턴(하락전환)과 병행되지 않아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추세적으로 심리적 수급 불안이 있는 것 같고 한국 시장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투세 문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측면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 원장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 등과 관련 기업들의 주주이익 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기업·대주주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달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관련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중요 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고 보고 정정 요구를 한 바 있다.
이 원장은 “(두산로보틱스로부터) 정정신고서를 제출받았다”며 “기본 원칙은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시 부족했다고 생각한 부분 구조개편의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해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기재돼있는지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는 게 감독원의 합의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거래소 중심으로 진행되는 밸류업 프로그램 자율 공시와 관련해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그 필요성을 인식해달라”며 “CEO와 대주주 레벨에서 해외 투자자·일반 투자자 대상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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