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천안함 티셔츠 사랑…"휴가때도 색깔별로 빨아입는다"
“최근에 새로 나온 천안함 티셔츠와 모자입니다, 대통령님.”
지난 6일 진해 해군기지에 머물던 윤석열 대통령과 군 간부들의 저녁 식사에 참석한 천안함 피격 생존 간부 A씨가 윤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하며 한 말이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A씨는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와 해외 순방을 갈 때마다 천안함 티셔츠를 입는 것에 대해 “저희를 잊지 않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 기념품을 꼭 드리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천안함 티셔츠를 입고 여름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7일 해군 및 해병대 장병과 농구를 할 때도 앞면엔 ‘PCC-722’, 뒷면엔 천안함 피격 희생자 숫자 46이 적힌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윤 대통령이 휴가지에 천안함 티셔츠를 색깔별로 갖고 와 빨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프랑스 순방과 7월 리투아니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때도 천안함 티셔츠를 입고 산책에 나섰었다.
천안함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그의 정치 역경과 연결해 보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로 천안함이 꼽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두 달 뒤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며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그다음 날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 씨를 만나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며 “제가 어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말했다. 천안함 티셔츠를 만들어 생긴 수익금을 천안함 생존자들에게 기부해왔던 전 씨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천안함 티셔츠를 선물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런 건 받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며 돈을 정가보다 더 주고 직접 구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전준영 씨를 포함해 천안함 폭침 생존 장병 등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점심을 함께했다. 그 자리에서도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제가 여러분을 지켜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오찬 이후 전씨는 페이스북에 “1년 전 ‘이용만 하다 버리겠지’ 의심한 게 죄송했다. 오늘 의미 있는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전인 지난해 3월 이른바 윤·한 갈등 우려가 제기됐을 때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와 피격 당한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결속을 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나라를 지키는 제복 입은 영웅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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