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너무 변한 제주, 뭔가 해야할 것 같았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연순 기자]
연일 최고온도를 갱신하는 무더운 나날, 저는 제주에서 기후위기를 체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31일 낮 2시부터 제주 전역의 표층수온이 29도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작년 같은 날 표층수온은 24.7도였다는데, 한해 한해 그 차이가 눈에 띄게 커 갑니다.
더 이상 미역이 자라지 않는 바다, 해조류가 사라지는 바다는 우리 삶과 직결됩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제주바다, 이에 대해 관심 갖고 바다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앞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만나며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저는 30여 년간 젠더, 생태, 인권, 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다 제주에 내려와 산 지 3년 반 되었고요. 제주에 와서도 여전히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김현지님 인터뷰를 싣고자 합니다(인터뷰는 상-하 두 편에 걸쳐 실릴 예정입니다).
제주 지역 달리면서 풍경을 중계하는 청년
SNS에서 얼마 전부터 특별히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습니다. 제주의 성산 지역을 달리는 청년입니다. 그는 수시로 성산 일대를 5킬로미터 정도 달립니다. 대수산봉에 올라 아래로 보이는 풍경에 대해, 그리고 그날 만난 하늘의 빛에 대해 글을 올리더군요. 또, 달리면서, 혹은 멈추어서 들리는 새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평소 제주 제2공항 반대운동 현장에서 자주 눈에 띄던 그가 요즘 같은 무더위에 왜 달리기를 하는지, 그 사연이 궁금해졌습니다. 제주도 성산읍 신양리에 사는 김현지 님을 다른 제주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김현지님은 청년세대이면서 제주2공항 반대운동에 앞장서 활동하고 있고 현재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의 공동대표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제주생태관광협회에서 상근 하며 일했고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 김현지님, 안녕하세요? 오래도록 벼르던 인터뷰, 드디어 오늘 하게 되었네요. 만나고 싶었고 반갑습니다. 우선 현지님의 바다에 대한 기억이 궁금합니다. 바다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지요?
▲ 어릴 적 신양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 놀던 모습 |
ⓒ 김현지 |
▲ 20여년 전 신양해수욕장에서 놀던 모습 |
ⓒ 김현지 |
"처음에는 잘 실감을 못했어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고 뭔가 들어온다고 해봐야 어떤 건물 하나가 들어오는 거겠지 했어요. 그때는 중학교 1, 2학년 때였으니까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고. 그리고 내가 노는 바다가 변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때는 큰 그런 위기감을 못 느꼈어요. (다만) 서핑장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게 있었죠.
그러고 나서 보이기 시작한 게 파래 문제였어요. 지금도 아주 심각하지만 제가 중학교 다닐 무렵 학교에서 애들을 다 동원해 가지고 마대 한 자루씩 들게 해서 (파래) 수거 활동을 했어요. 토요일마다 가서 주워 담고 그러면 다른 마을 친구들도 토요일에 신양리 우리 마을에 다 오니까 그건 너무 좋았죠. 같이 우리 마을 동아리 활동하는구나 하면서.
▲ 20여년이 지난 최근의 모습. 어릴 때 놀던 신양해수욕장에 와서 예전 모습처럼 찍어본 사진. 신양 바다는 원래 주민들에게 풍부한 식량창고이자 놀이터였으나 이제는 파래 문제로 인해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조개나 보말, 문어 등 먹을 것들이 전멸한 상태임 |
ⓒ 김현지 |
"현재 일은 쉬고 있는 상태여서 지금은 미뤄왔던 논문을 쓰고 있어요. 제주에 돌아와 대학원에서 자연문화유산 교육학을 공부했는데 섭지코지를 주제로 쓰고 있어요. 인문, 자연환경의 가치를 주제로. 이미 너무 많은 게 사라졌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래도 다시 공부를 하고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것들,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마을에서도 현재 마을지(마을신문)를 만드려고 작업하고 있어서 자료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고등학교까지는 제주에서 나오고 대학은 서울로 가서 언론정보학 전공했어요. 여름방학에 제주에 내려왔는데 우연히 공항 얘기를 듣게 됐고 또 그때 제가 관심 가졌던 게 대안 미디어인데 마을미디어 교육을 성산에서 하고 있는 거예요. 어머니가 그걸 신청하셨다가 갑자기 못 가시게 됐다고 저보고 대신 가주라 해서 갔어요. 그때 만난 분들이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어요.
미디어에 관심 있어 해온 사람들끼리 '우리가 그럼 신문 하나 만들어 볼까' 얘기가 나왔고 모두 다 제2공항 얘기를 한 거죠. 그때가 2017년이었는데 그때는 좀 쉬쉬하던 때였어요. 정보가 더 없었고 공항 얘기를 함부로 꺼내기 되게 어려웠어요."
- 아, 그 당시엔 마을에서 제2공항 문제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어려웠다고요? 제2공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그 사람의 공항에 대한 생각, 정체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랬나 보네요.
"맞아요. 저는 찬반을 떠나서 너무 궁금한 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막 물어보곤 했어요. (마을미디어 공부하러 온) 사람들과 제2공항 문제를 한번 다뤄보면 어떨까 해서 함께 시작을 했는데 갑자기 당시 취재를 맡은 한 분이 못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거예요.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분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그런 거 뭐 하려 하냐, 그거 건드리지 말아라' 이렇게 해서, 자긴 못하겠다고(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이게 질문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문제구나 생각했어요.
그때 저는 패기 넘치는 20대였고 사명감 같은 걸 느꼈는데 이 지역 사람으로서 대학 졸업을 미루고라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항이 아니더라도 주변이 너무 빨리 변하는 중이었었거든요.
얼마 전에 진행된 다른 제주포럼에 참석했는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이 발표한 내용 중에 '사람의 성장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는데, 지금(제주)의 변화는 그 속도를 뛰어넘는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제가 진짜 그거를 딱 느꼈어요. 고등학교 졸업해서 잠깐 대학 갔다 온 사이였어요. 2012년 이후부터 제주가 너무 많이 변했고 정말 주변 환경이 다 바뀌어서, 저도 진짜 집도 못 찾아오겠다 생각할 정도였어요.
(제가 살던) 신양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했고, 그래서 그냥 빨리 뭔가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을 미룬 상태였고 나중에야 졸업을 하게 됐는데 어쨌든 그렇게 돌아오게 됐습니다."
(2편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뉴스레터에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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