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아리셀 희망버스에 탑승해주세요

화성시민신문 2024. 8.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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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②] 박유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사무국장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화성시민신문]

 박유리 ∥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사무국장
ⓒ 화성시민신문
6월 24일은 화성의 시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잔인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공장 건물을 삼킨 화마.

화성 전곡산업단지 아리셀이라는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는 23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뉴스를 들으며 대낮에 벌어진 사고인데 다들 빠져 나오겠지 금방 불길이 잡히겠지 했던 저의 바람은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활동을 하는 화성시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참사 발생 당일 저녁 사람들과 현장에 갔습니다. 기자들과 소방관, 경찰 그리고 연신 현장에 방문하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로 정신없던 그곳에 눈물을 흘리며 가족을 찾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찾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이 연락이 안 되어 찾아왔다 말했습니다. 그분들은 어디로 들어갈지 몰라 공장 밖을 한 바퀴 돌다 겨우 소방관의 안내에 공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제발 그분들이 찾고 있는 딸이 이곳에 없기를 간절히 바랬었습니다.

그러나 딸을 찾아 헤매던 그 가족과 저는 23명의 고인 중 한분의 가족으로 그리고 피해가족을 지원하는 활동가로 만나고 있습니다. 우연히 참사 당일에 대해 얘기하다가 서로를 알게 되어 고인의 어머니와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저의 간절한 바람은 또 다시 무너졌습니다.

피해가족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하며 매일이 좌절과 한국사회에 대한 한탄의 연속입니다.

왜 죽었는지 알고 싶고 나와 같은 일을 다시는 누군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가족들의 바람은 사건 발생 44일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에스코넥·아리셀의 대표이사 박순관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노동자들을 공급한 메이셀과 관련된 파견법 위반 혐의를 받고있지만 현재 불구속 수사 상태입니다. 소환조사도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처음 이뤄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회사는 대형로펌을 선임하고 가족들에게 개별합의를 종용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려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하청업체인 메이셀로 지우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숨지 말고 나와서 제대로 가족과 만나서 대화하라고 대표이사를 구속 수사하라고 가족들은 노동청, 경찰청, 대표이사 집 앞을 이 무더위 속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 가족들을 대하는 화성시, 경기도 행정의 태도는 어떠할까요.

누구보다 고인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고인을 잘 보내드리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가족입니다. 그럼에도 빨리 장례를 치르라하기도 하고, 분향소를 지하로 옮기겠다 하고, 희생자가 이주노동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직계가족으로의 지원을 한정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법과 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피해가족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행정을 보며 고인들이 전부 한국 사람이었어도 이랬을 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 사람들입니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온전하지 못한 시신이 자꾸 떠올라 약을 먹으며 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어쩜 이럴 수 있을까..

회사와 행정기관들의 무시, 무관심은 좌절을 넘어 분노와 울분으로 쌓여갑니다. 이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빨리 잊고 끝내기를 바라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 "이따 보자" 이렇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가 작년 한해만 812명입니다. 오늘도 일터에서 노동자다 죽었을지 모릅니다. 단지 숫자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 부모, 친구, 가족인 사람들입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리셀 같은 중대재해 참사는 또 다시 반복 될 것입니다.

분노와 좌절을 넘어 반복되지 않을 현실을 위해서 저는 피해가족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비상구가 어딘지 알았다면, 아리셀에서 2년 사이 4차례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더라면 이라는 안타까운 탄식을 넘어 전국의 수많은 아리셀과 같은 일터에서 더 이상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을 강화하고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함께 하고자 합니다.

8월 17일 아리셀 희망버스에 탑승해서 죽음과 차별을 멈추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함께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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