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갔다 '애 봐줄 결심'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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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화 기자]
지난달에 딸내미와 함께 18일간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25년 전 남편의 유학으로 뮌헨에서 3년간 살았던 적이 있어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독일 뮌헨으로 계획했다. 외롭고 힘들었던 타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22년 만에 가게 된 것이다.
뮌헨으로 가기 전 런던과 파리, 그리고 스위스의 인터라켄과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를 여행했다. 처음에는 관광명소를 찾아다니고 인증샷을 찍느라 사람들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길을 찾아다니는 것에 점차 익숙해지고, 유럽 도시들의 비슷한 모습에 감동이 줄어갈 때쯤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유럽의 도시들에는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
ⓒ eliottreyna, 출처 Unsplash |
뮌헨에 도착하여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아이 친구네 집을 방문했다. 22년 만의 만남이 무척 설레고 기대되었지만, 그동안 독일어도 거의 잊어버렸고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데 말이 안 통해서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22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 친구 엄마 A와 나는 만나자마자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쉴 새 없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50대 중반의 비슷한 나이에 자녀 두 명을 키운 우리는 고민도 비슷했다.
가족들의 근황을 얘기했고, 서로의 현재 건강 상태를 얘기했고,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사는 나라는 달라도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나이들어 가시는 부모님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서로 비슷했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얘기는 계속 이어져서 정년퇴직과 연금 문제, 청년들의 취업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로까지 넓혀졌다. 그리고 이어서 출산율에 관한 얘기도 나누게 되었다. 내가 여행을 하는 동안 유럽 도시에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아 보이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A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독일도 출산율이 자꾸 낮아져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으로 독일의 출산율 자료를 찾아서 보여주는데 1.58명(2021년 기준)이었다. 0.78명(2022년 기준)인 우리나라보다 2배나 높은데도 출산율이 낮다며 걱정을 했다. 두 사람이 만나 두 아이 이상을 낳지 않으면 인구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그러니 독일의 출산율 1.58명도 사실 걱정스러운 상황이긴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그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았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젊은이들이 많아야 경제도 발전하고 국력도 세질 텐데, 출산율이 0.78명밖에 안 된다니 우리나라가 점점 뒤로 밀려나는 건 아닌지 미래가 걱정스럽게 느껴졌다. 또,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건, 머지않아 연금으로 살아야 하는 노인이 될 나와도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도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었다는 반성이 됐다.
어제 조카가 예쁜 딸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첫아이를 낳은 것이다. 여행을 유달리 좋아하는 조카는 아이를 낳으면 일을 계속하기도 힘들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도 어려울 거라며 아이 낳는 것을 망설여 왔었다.
▲ 유럽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다. |
ⓒ bonniekdesign. 출처Unsplash |
출산율이 낮아지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뭐든지 빠른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다른 나라의 도시들을 보고 오니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내 딸들에게 출산과 육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얘기해주고, 최대한 내가 돕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부터 해야겠다. 어쩌면 내 남은 인생에도 그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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