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가능, 종교 무관”…‘마약 동아리’ 치밀하게 회원 모았다
유민지 2024. 8. 8. 08:13
개설 초기엔 대학생 연합 친목동아리
2022년 회장이 마약 접한 뒤 마약 권해
이미 대학가‧커뮤니티에서 의심 받아와
대학생 대형 연합동아리 안에서 마약 투약‧유통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해당 동아리는 남녀 가입비를 다르게 측정하고, 33평 역세권 동아리방, 호텔 VIP멤버십 등을 혜택으로 소개하며 동아리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과거 해당 동아리 피해자 모임 게시글 들이 알려지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대학가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마약 동아리로 문제가 된 A동아리가 수상하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A동아리에 절대 가입하지 말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캠퍼스픽(대학 동아리 정보 커뮤니티)댓글 다 보면서 알아봤는데, 회장은 30대 성추행 범죄자에 동아리원들 꼬드겨서 클럽 VIP테이블 잡고 여자 동아리원들한테 스킨십 장난 아니다”라며 “(폭로)댓글 묻히는 건 동아리원들한테 틈날 때마다 묻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캠퍼스픽에는 A동아리 피해자들이 동아리 이름 뒤에 ‘대피소’를 붙인 ‘A대피소‘라는 폭로 게시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합동아리는 대학에 국한되지 않고 타교 학생들과 활동하기에 인맥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봉사, 학술연구, 발표, 토론, 맛집탐방, 스포츠, 공모전, 등산, 밴드 사진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한다. A동아리는 ‘친목’을 위해 전국 대학생들이 모여 활동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론 외모와 재력 등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A동아리 모집 글에는 우대사항으로 “인플루언서, 유튜버 우대” “사업/투자/본인만의 전문성으로 경제적 이윤창출을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자” “거의 매일 이용하는 차량 보유자” “주류협찬 혹은 각종 협찬 받을 수 있는 자”등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A동아리는 설립 초기 마약 투약과 유통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동아리 개설은 2021년이었고, 동아리 회장 B씨가 2022년 11월 처음 마약을 접한 뒤 동아리 임원진들에게 마약을 권해 동아리에 마약이 퍼지게 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 2021년 해당 동아리에 4회 친목 모임에 참석했던 C씨는 “공부나 자기개발 없이 사람 만나고 싶어서 가입했었다”며 “초창기 3-4번 정도 참석했는데, 대학생이 아니라 35살 대학원생들이 와서 그 뒤로 안 갔다”고 설명했다.
전국 2위 친목 동아리…비용 부담 없다고 홍보
해당 동아리 모집 공고글은 ‘저렴한 가격에 최고급 유흥’을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글에는 “전국 108개 대학 연합 동아리” “고급호텔/리조트 VIP멤버십 다수 이용 가능” “동아리에 자차 20대 이상 보유” “동아리 최초 ‘외부협력법률사무소’ 시스템을 통한 안전한 동아리 운영” “동아리에 국가대표, 현직 배우, 유튜버, 인플루언서, 클럽MD, 의치한의대생, 아이돌 연습생 보유” “33평 13억원 아파트 동아리방 이용가능” 등의 내용이었다.
이어 동아리 활동에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남자는 가입비 5만원, 여자는 가입비 3만원. 우리는 타 동아리들보다 저렴하게 노는 걸로 자부할 수 있다”며 “고급 호텔 스위트룸은 VIP로 저렴하게 갈 수 있고, 외제차는 동아리원 소유라 렌트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동아리 모집 공고만 봐도 수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유 없이 퍼주고, 남녀 가입비를 다르게 받는 것만 봐도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교 4학년인 김모(23)씨 역시 해당 동아리 홍보글을 볼 때마다 의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김씨는 “에브리타임(대학별 커뮤니티)에서 홍보를 정말 많이 해서 기억한다”며 “고급 숙박시설과 멤버들 직업, 학벌 강조하는 거 보고 수상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들이 홍보 게시글에 ‘수상하다’ ‘이런 곳은 걸러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면 해당 동아리원들이 나타나 조롱하고 비꼬는 댓글이 자주 달려 분란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사회경험 적은 대학생들 현혹되기 쉬워
연합동아리를 경험해본 졸업생들은 막 성인이 된 학생들이 의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동아리 모집공고는 의심을 사고 고민할 요소들을 자세히 설명해놨다. “기업, 정치, 종교, 시민단체와 무관하며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라며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정적인 번개들도 많이 열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학시절 발표 연합동아리 활동을 했던 이모(29)씨는 “사회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 모집글을 보고 수상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이제 막 수능 끝나고 대학생이 된 20대 초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연애도 하고 싶고, 인맥도 넓히고 싶고, 친목도 쌓고 싶을 시기라 충분히 이 글을 보고 현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심을 살만한 요소들을 사전에 없앤 것이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로 대학생들은 동아리 가입을 고민할 때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있을까봐, 자신이 잘 어울리지 못할까봐 걱정하곤 한다”며 “해당 동아리는 내향적인 사람들도 많다, 종교와 관련이 없다며 사람들이 의심하고 망설일 요소들에 다 변명을 해둔 게 악랄하다”고 비판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2022년 회장이 마약 접한 뒤 마약 권해
이미 대학가‧커뮤니티에서 의심 받아와
대학생 대형 연합동아리 안에서 마약 투약‧유통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해당 동아리는 남녀 가입비를 다르게 측정하고, 33평 역세권 동아리방, 호텔 VIP멤버십 등을 혜택으로 소개하며 동아리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과거 해당 동아리 피해자 모임 게시글 들이 알려지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대학가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마약 동아리로 문제가 된 A동아리가 수상하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A동아리에 절대 가입하지 말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캠퍼스픽(대학 동아리 정보 커뮤니티)댓글 다 보면서 알아봤는데, 회장은 30대 성추행 범죄자에 동아리원들 꼬드겨서 클럽 VIP테이블 잡고 여자 동아리원들한테 스킨십 장난 아니다”라며 “(폭로)댓글 묻히는 건 동아리원들한테 틈날 때마다 묻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캠퍼스픽에는 A동아리 피해자들이 동아리 이름 뒤에 ‘대피소’를 붙인 ‘A대피소‘라는 폭로 게시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합동아리는 대학에 국한되지 않고 타교 학생들과 활동하기에 인맥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봉사, 학술연구, 발표, 토론, 맛집탐방, 스포츠, 공모전, 등산, 밴드 사진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한다. A동아리는 ‘친목’을 위해 전국 대학생들이 모여 활동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론 외모와 재력 등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A동아리 모집 글에는 우대사항으로 “인플루언서, 유튜버 우대” “사업/투자/본인만의 전문성으로 경제적 이윤창출을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자” “거의 매일 이용하는 차량 보유자” “주류협찬 혹은 각종 협찬 받을 수 있는 자”등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A동아리는 설립 초기 마약 투약과 유통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동아리 개설은 2021년이었고, 동아리 회장 B씨가 2022년 11월 처음 마약을 접한 뒤 동아리 임원진들에게 마약을 권해 동아리에 마약이 퍼지게 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 2021년 해당 동아리에 4회 친목 모임에 참석했던 C씨는 “공부나 자기개발 없이 사람 만나고 싶어서 가입했었다”며 “초창기 3-4번 정도 참석했는데, 대학생이 아니라 35살 대학원생들이 와서 그 뒤로 안 갔다”고 설명했다.
전국 2위 친목 동아리…비용 부담 없다고 홍보
해당 동아리 모집 공고글은 ‘저렴한 가격에 최고급 유흥’을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글에는 “전국 108개 대학 연합 동아리” “고급호텔/리조트 VIP멤버십 다수 이용 가능” “동아리에 자차 20대 이상 보유” “동아리 최초 ‘외부협력법률사무소’ 시스템을 통한 안전한 동아리 운영” “동아리에 국가대표, 현직 배우, 유튜버, 인플루언서, 클럽MD, 의치한의대생, 아이돌 연습생 보유” “33평 13억원 아파트 동아리방 이용가능” 등의 내용이었다.
이어 동아리 활동에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남자는 가입비 5만원, 여자는 가입비 3만원. 우리는 타 동아리들보다 저렴하게 노는 걸로 자부할 수 있다”며 “고급 호텔 스위트룸은 VIP로 저렴하게 갈 수 있고, 외제차는 동아리원 소유라 렌트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동아리 모집 공고만 봐도 수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유 없이 퍼주고, 남녀 가입비를 다르게 받는 것만 봐도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교 4학년인 김모(23)씨 역시 해당 동아리 홍보글을 볼 때마다 의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김씨는 “에브리타임(대학별 커뮤니티)에서 홍보를 정말 많이 해서 기억한다”며 “고급 숙박시설과 멤버들 직업, 학벌 강조하는 거 보고 수상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들이 홍보 게시글에 ‘수상하다’ ‘이런 곳은 걸러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면 해당 동아리원들이 나타나 조롱하고 비꼬는 댓글이 자주 달려 분란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사회경험 적은 대학생들 현혹되기 쉬워
연합동아리를 경험해본 졸업생들은 막 성인이 된 학생들이 의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동아리 모집공고는 의심을 사고 고민할 요소들을 자세히 설명해놨다. “기업, 정치, 종교, 시민단체와 무관하며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라며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정적인 번개들도 많이 열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학시절 발표 연합동아리 활동을 했던 이모(29)씨는 “사회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 모집글을 보고 수상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이제 막 수능 끝나고 대학생이 된 20대 초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연애도 하고 싶고, 인맥도 넓히고 싶고, 친목도 쌓고 싶을 시기라 충분히 이 글을 보고 현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심을 살만한 요소들을 사전에 없앤 것이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로 대학생들은 동아리 가입을 고민할 때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있을까봐, 자신이 잘 어울리지 못할까봐 걱정하곤 한다”며 “해당 동아리는 내향적인 사람들도 많다, 종교와 관련이 없다며 사람들이 의심하고 망설일 요소들에 다 변명을 해둔 게 악랄하다”고 비판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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