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괴물될 것" 이말 맞았다…은퇴 이대훈도 공들인 '금빛 태권V'
"대단한 일을 해냈다. 후배가 자랑스럽다."
태권도 레전드 이대훈(32·은퇴)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준(20·경희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박태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상대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비이잔·26위)의 부상으로 기권승을 거뒀다. 이로써 박태준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이 체급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태권도 레전드 이대훈(32·은퇴)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딴 은메달이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박태준은 종주국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도 세웠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 굴욕을 당했던 한국 태권도는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한국이 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도쿄가 처음이었다. 남자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16년 만의 금메달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손태진(68㎏급)과 차동민(80㎏ 초과급)이 마지막 올림픽 남자 금메달리스트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해설위원을 맡아 박태준의 경기를 중계한 이대훈은 "16년 만에 남자 금메달은 진짜 대단한 일"이라며 칭찬했다.
박태준의 별명은 '신형 태권V'다. '태권V'로 불렸던 레전드 이대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박태준은 실력은 물론 성장 과정까지도 선배 이대훈과 빼닮았다. 체급도 이대훈과 똑같은 58㎏급이다. 고교 3학년이던 2010년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대훈은 2021년까지 11년간 세계 정상을 지키며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 올림픽 은·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준은 이대훈의 한성고 후배다. 이대훈의 후배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택했다. 이대훈처럼 박태준도 고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이대훈은 은퇴한 이후에도 모교를 수시로 찾아가 박태준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덕분에 박태준은 돌려차기, 나래차기 등 변칙 기술에다 이대훈의 전매 특허인 발 커트(발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기술) 기술까지 습득했다. 이대훈과 박태준을 모두 지도한 전문희 한성고 태권도부 감독은 "(박)태준이는 이대훈 못지않은 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은 지난 5월 중앙일보를 통해 "세계 무대를 석권하고도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따지 못한 (이)대훈 형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켰다. 이대훈은 "선수 후배이자, 고교 후배인 (박)태준이가 잘해서 대견하다. 올림픽 전에 만나서 '잘하고 오라'고 응원했는데, 금메달로 보답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이제 한성고에 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파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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