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태권도 박태준, 16년 만에 금메달 캤다...韓 최초 57kg급 제패→대한민국 12번째 金 [파리 현장]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한국 남자 태권도의 간판 박태준(20·경희대)이 생애 처음으로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 개막 후 12번째 애국가가 그랑 팔레에 울려 퍼졌다.
박태준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태권도 58kg급 결승에서 아제르바이젠의 마데고메도프를 이겼다. 스코어 2-0(9-0 13-1)으로 앞서던 가운데 상대 선수의 부상 속에 기권승을 따냈다.
박태준은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몸통 공격을 성공시켜 2점을 뺏었다. 이어 마고메도프의 감점으로 3-0까지 달아나면서 초반 승기를 잡았다. 이어 발차키 몸통 공격이 연이어 성공, 7-0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이 과정에서 마고메도프와 서로의 발이 충돌했고 마고메도프는 통증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다.
마고메도프는 잠시 짧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게임에 임했지만 이미 경기력과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한 박태준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박태준도 거세게 마고메도프를 몰아붙였다. 1라운드가 박태준의 9-0 완승으로 끝나면서 금메달은 점점 한국 쪽으로 다가왔다.
박태준은 2라운드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2-1에서 마고메도프의 발차기 공격이 머리에 맞은 것으로 인정돼 2-4로 스코어가 뒤집히기도 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박태준의 2-1 리드가 유지됐다.
박태준은 이후 돌려차기로 마고메도프의 머리 쪽을 정확하게 때리면서 스코어를 7-1로 벌렸다. 곧바로 몸통 공격까지 성공하면서 9-1까지 도망갔고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끝났다. 13-1까지 달아나면서 마고메도프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놨다.
마고메도프는 1라운드 입은 부상의 여파로 2라운드 잔여 시간을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경기를 포기하면서 결승전 승자는 박태준이 됐다.
박태준은 이날 승리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김소휘(여자 48kg급), 오혜리(여자 67kg) 이후 8년 만에 한국 태권도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태권도의 경우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kg급), 차동민(80kg급) 이후 16년 만에 탄생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스무살의 청년이 대선배들이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에서 이뤄내지 못했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의 58kg급 올림픽 금메달은 박태준이 최초다.
박태준은 이날 8강전에서 개최국 프랑스의 유망주 시리앙 라베를 라운드 스코어 2-1(8-5 3-4 5-4)로 꺾고 준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라베와 혈투를 벌인 끝에 마지막 순간 웃었다.
박태준은 올해 6월 세계태권도연맹(WT)이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랭킹 5위였다. 자신보다 랭킹이 6계단이 나 낮은 11위 라베를 상대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게임을 풀어갔다.
박태준은 잠시 통증을 호소한 뒤 주먹 공격으로 득점 후 머리 공격을 허용, 1-3으로 끌려갔다.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라운드를 3-4로 1점 차로 아쉽게 내줬다.
박태준은 3라운드 승부처에서 과감함을 발휘했다. 경기 종료 29초 전 몸통 공격을 성공해 리드를 잡은 이후 라베의 마지막 저항을 잠재우고 4강에 안착했다.
박태준은 준결승에서 이 체급 세계랭킹 1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젠두비와 맞붙었다. 젠두비는 8강에서 세계랭킹 14위 호주의 베일리 루이스를 라운드 점수 2-0(7-4 6-3)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젠두비는 2020 도쿄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했다.
박태준은 세계 1위 젠두비까지 제압했다. 젠두비를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1라운드 2-2 동점 상황에서 종료 직전 연속 몸통 발차기를 성공시키면서 순식간에 6-2 리드를 잡고 1라운드를 마쳤다. 젠두비는 박태준의 과감한 공격 시도에 속절없이 당하면서 무너졌다.
기세가 오른 박태준은 2라운드에서도 젠두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8-6으로 앞선 상황에서 종료 20초 전 연이어 상대 머리와 몸통에 공격을 성공시켰다. 13-6으로 달아나면서 젠두비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 놨다. 혈투를 벌였던 8강전과는 다르게 낙승을 거뒀다.
박세준은 결승에서도 마데고메도프를 상대로 한 수 위 실력을 보여줬다. 1라운드 초반부터 2점을 먼저 뺏어낸 뒤 시종일관 압도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마데고메도프가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난하게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한국은 태권도가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 대회에서 남자 86kg급 김경훈, 여자 57kg급 정재은, 여자 67kg급 이선희가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신준식도 남자 68kg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004 아테네 대회에서도 남자 80kg급 문대성, 57kg급 장지원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68kg 송명섭, 여자 67kg 황경선도 동메달을 기록하면서 태권도 종주국이자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서는 남자 68kg급 손태진, 남자 80kg급 차동민, 여자 57kg급 임수정, 여자 67kg 황수정까지 무려 4개의 금메달이 쏟아졌다.
2012 런던 대회에서는 여자 67kg급 황경선이 금메달, 남자 58kg급에서 이대훈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0 시드니 대회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로 아쉬움을 남겼다.
2016 리우 대회에서도 태권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여자 49kg급 김소휘와 여자 67kg급 오혜리가 금메달, 남자 58kg급 김태훈과 남자 68kg급 이대훈, 남자 80kg급 차동민의 동메달 3개가 더해져 총 5개의 메달이 쏟아졌다.
2020 도쿄 대회에서는 '노골드'로 아쉬움을 남겼다. 여자 67kg급 이다빈 은메달, 남자 58kg급 장준 동메달, 남자 80kg급 인교돈의 동메달이 전부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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