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생각 없다"...금메달 목에 걸지 않은 금메달리스트 [2024 파리]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삼성생명)은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공항을 빠져나갔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의 선수 관리·운영 방침을 비판하며 대표팀과 결별을 선언한 안세영이 7일(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길에 오르기 전 관련 논란에 대해 "한국에서 모든 걸 얘기하겠다"라고 했던 안세영은 귀국장에선 "저는 정말 (협회와)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운동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행보에 대해 "아직 협회와 얘기한 게 없고, 소속팀과도 상의한 게 없다. 자세한 건 추후 말씀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세영은 6일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대한체육회는 안세영의 의사에 따라 불참한 거라고 전했다. 그러나 같은 날 안세영은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한테는 (대한체육회가) '기다려라. 아무 말도 하지 말라'라고 했다. 나도 아무것도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7일 오전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그런 적 없다. 나도 (안세영이) 안 나온 게 좀 의아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며 진실 공방으로 흐른 상황. 안세영은 귀국 후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더라. 이것도 말을 자제하겠다"라고 명확한 답을 피했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직후 협회 시스템을 비판하며 "모든 걸 막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 지는 밝히지 않았다. 귀국장에서 안세영은 이에 대해 질문을 받았지만, 역시 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인터뷰 장소 뒤쪽으로 한 남성이 진입했고, 안세영은 그와 함께 현장을 빠져나갔다.
돌발적인 상황에 취재진이 그를 쫓아 질문을 쏟아냈지만 답변은 없었다. 안세영은 이후 입국장 밖에 대기하고 있었던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버스에 탑승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최고의 순간, 안세영은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협회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귀국 현장에서 그는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공항을 빠져나갔다.
안세영과 협회의 입장차는 매우 크다. 이날 오전 선수단보다 먼저 입국한 김택규 회장은 "나와 (안세영) 선수, 협회와 선수는 갈등이 없었다. 안세영은 제대로 다 선수 생활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협회 운영을 비판하고, 대표팀과의 동행이 어려울 것 같다고 선언한 안세영의 말에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확인하겠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어 김 회장은 협회가 무능한 경기 단체로 비친 점에 아쉬움을 전하며, "안세영 관련 논란에 대해 협회가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라고 답한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파리에서 '배드민턴 여제' 대관식을 치른 안세영은 수년 동안 협회와 갈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자신의 부상(오른 무릎) 관리를 놓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안세영의 기자회견 1시간 뒤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이 된 부분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무리하게 국제대회 참가를 지시하지 않았고, 안세영이 큰 도움을 받았다는 한수정 트레이너가 파리에 함께 가지 못한 사유도 전했다. 국가대표 지도자들의 확인서도 첨부했다. 금메달리스트와 협회가 정면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진실 게임'이 시작됐다.
인천공항=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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