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만 안무가 “서울시발레단, 컨템포러리 발레 확산 토대”
“안무에 한국 무용계의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 3분법은 무의미”
서울시발레단은 국내 첫 공공 컨템포러리 발레단이다. 컨템포러리 발레는 ‘백조의 호수’ ‘지젤’ 같은 클래식 발레의 형식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움직임과 표현에서 자유로운 춤을 지향한다. 한국 발레계는 클래식 발레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해외에서는 현대무용과의 접목을 시도한 컨템포러리 발레가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지난 4월 프리 창단공연을 가진 서울시발레단이 오는 23~25일 창단공연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인다. 서울시발레단의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공연의 안무가는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주재만이다. 광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우다가 단국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는 1996년 프랑스 바뇰레 국제무용축제에서 최고 무용수상을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포러리 발레단(이하 컴플렉션즈)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는 2009년 미국 그레이스재단에서 안무가상을 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현재는 컴플렉션즈 전임안무가이자 피츠버그의 포인트파크 대학 무용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어릴 때부터 한국 무용계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새로운 예술 세계를 접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바뇰레 수상으로 용기를 얻어 뉴욕으로 갔다”면서 “운 좋게도 컴플렉션즈 관계자가 무용 스튜디오에서 수업받던 나를 보고 입단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주재만은 컴플렉션즈의 핵심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점차 안무에도 관심을 가졌다. 특히 공동 예술감독 중 한 명인 드와이트 로든의 제안으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안무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컴플렉션즈에서 좋은 무용수들을 보다 보니 움직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면서 “동료들과 만든 즉흥 워크숍을 본 예술감독이 (뉴욕의 무용 전용극장인) 조이스 시어터에 올릴 작품의 안무를 권한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다”고 말했다.
주재만은 독창적인 움직임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오래지 않아 미국에서 각광받는 안무가가 됐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안무가로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도미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2018년 와이즈 발레단의 ‘인터메조’(Intermezzo)부터다. 그리고 2021년 와이즈 발레단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소재로 선보인 ‘비타’(VITA)와 지난해 광주시립발레단에서 5.18광주민주화항쟁의 희생을 소재로 작업한 ‘디바인’(DIVINE)이 잇따라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이번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까지 맡게 됐다.
그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 전까진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느라 바빴다”면서 “와이즈 발레단의 제안으로 처음 작업한 이후 한국에서 꾸준히 안무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동안 경험한 것을 한국의 젊은 무용가들과도 나누고 싶다. 특히 안무와 관련해 한국 무용계 특유의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구분을 무너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을 모티브로 했지만, 원작 줄거리를 따르지는 않는다. 대신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가곡과 피아노곡에 맞춰 극 중 요정 퍽의 시선으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이번 공연은 7m 높이의 대형 무대세트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영상, 컨템포러리 발레 전문 디자이너 크리스틴 다치가 만드는 150여 벌의 의상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계획이다. 주재만은 “원작에선 퍽이 장난꾸러기 같지만, 이번 작품에선 오랜 세월 사랑의 우여곡절을 지나온 현자(賢者)와 같은 모습으로 사랑과 상상을 열어주는 메신저”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인 퍽 역할은 8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는 슬로바키아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이승용과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의 대만 무용수 리앙 시후아이가 번갈아 맡는다. 원진호, 이지희, 김민경, 김여진, 김희현, 이근희, 이정우 등 주역 10명을 포함해 총 32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선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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