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소설 열풍’의 김말봉이 국립극단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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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귀신을 몰아내라." "문학이 위해야 하는 건 소설가 자신이 아니라 대중 독자여야 한다."1930년대 최고의 스타작가 김말봉(1901~1961)의 일갈이다.
김말봉은 당시 순수문학에 집착하던 문단을 비판하며 문학이 대중과의 소통 속에서 존재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말봉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일으킨 것은 극단 수수파보리의 연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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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귀신을 몰아내라.” “문학이 위해야 하는 건 소설가 자신이 아니라 대중 독자여야 한다.”
1930년대 최고의 스타작가 김말봉(1901~1961)의 일갈이다. 김말봉은 당시 순수문학에 집착하던 문단을 비판하며 문학이 대중과의 소통 속에서 존재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 출신의 여성작가 김말봉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으로 교사와 기자로 근무했다. 1932년 등단한 그는 ‘고행’ ‘편지’ 등의 단편소설을 통해 재능을 인정받았다. 특히 불륜남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고행’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의 이중성을 꾸짖어 화제가 됐다. 그리고 1935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밀림’과 1937년 조선일보에 ‘찔레꽃’은 당시 젊은이들의 연애와 결혼을 감각적으로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다. ‘찔레꽃’의 경우 신문의 판매 부수까지 대폭 올려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일제가 한국어 사용을 금지하자 ‘찔레꽃’ 이후 절필했다.
해방 이후 김말봉은 사회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여성단체들을 규합해 일제의 잔재인 공창제 폐지를 이끌어내는 한편 사회복지시설 박애원을 설립해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도왔다. 1954년 한국 개신교 최초의 여성 장로가 된 인물도 바로 김말봉이다. 다시 붓을 든 그가 처음으로 쓴 작품은 공창제 폐지와 기생들의 해방을 소재로 한 ‘화려한 지옥’이다.
남성 중심의 근현대 예술사에서 대중소설 분야를 개척하며 큰 인기를 누린 김말봉이지만, 그의 이름은 오랫동안 잊혀졌다. 그의 작품이 학자와 평론가들로부터 통속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근현대 여성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14년부터는 김말봉 전집이 차례차례 출판되고 있다.
하지만 김말봉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일으킨 것은 극단 수수파보리의 연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다. 이 작품은 원래 2021년 서울 중랑문화재단이 연극인복지재단과 함께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에 묻힌 인물들을 발굴하는 낭독극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안나 연출가는 김말봉의 생애와 대표작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 등 3편을 중심으로 대본을 썼다.
낭독극에서 호평받은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2022년 산울림 소극장 초연을 거쳐 지난해 대학로에서 재연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1930년대 무성영화의 변사나 만담가를 연상시키는 해설자 2명이 등장해 이야기의 전개에 재미와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그리고 음악그룹 ‘더 튠’이 1930년대 동요, 만요(코믹송), 신민요, 가요 등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며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이 작품은 지난해 공연 당시 대학로에 ‘통속마니아’ ‘통속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붐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국연극 베스트 7으로 꼽힌 이 작품은 지난 6월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이 됐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가 오는 18~25일 국립극단의 초청으로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국립극단이 민간 극단과 상생하고 더 많은 관객에게 우수 연극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도입한 ‘기획초청 Pick크닉’의 첫 작품이다. 서울연극제 당시 공연기간이 3일밖에 되지 않아 관람을 놓쳤던 관객에겐 희소식이다. 또한, 이 작품은 서울 외에 10일 인천 청라복합문화센터, 31일 의정부예술의전당, 9월 4일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까지 투어를 돌며 지역 관객과도 만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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