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이건희 기부금’이 쏘아올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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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의 외부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빅5 등 서울 대형병원뿐 아니라 지역에서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전문의들까지 머리를 맞대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표준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이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치료를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소아암(혈액·고형암), 희귀질환, 공동연구 등 3개 사업 분야에서 연구과제 176건을 수행해 4000건 가까운 진단과 2300여건의 치료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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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의 외부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2021년 5월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으로 꾸려진 이른바 ‘이건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사업은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시작됐다. 2030년까지 10년간 소아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명하고 국내의 열악한 치료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하도록 연구에 기반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최근 3년 단위의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2단계 사업에 들어갔다. 신임 사업단장을 맡은 최은화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은 홈페이지 인사말 첫머리에 ‘이 땅에 아픈 아이가 없도록’이라고 썼다. 이 전 회장의 유지와 일맥상통한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가 못하는 부분을 민간이 나서서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남다르다. 소아암이나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 연구 인프라 구축에는 국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요구된다. 그간 암은 성인 중심의 정책적 지원이 주로 이뤄져 소아에선 미흡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소외되기 일쑤였다.
국내 소아 희귀질환자들이 병명을 알기까지의 ‘진단 방랑’은 최소 1년에서 최대 16년까지 걸리는 게 현실이다. 또 서울 이외 지역 소아암 환자의 70% 이상이 관외에서 치료받고 있다. 지역의 소아 종양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하고 치료법도 달라 환아와 가족들은 서울 대형병원 원정 치료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이건희 기부금’은 민간 영역에서 소아 난치병 치료와 연구의 기틀을 다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더욱 눈여겨 볼 것은 사업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운영 방침이다. 해당 사업은 소아암·희귀질환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혜택 제공을 표방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에게 단발성 치료비 지원이 아닌, 문제 해결형 연구를 통해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와 지원으로 전국 어린이 환자들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업단이 외부 평가위원제를 도입한 것은 객관적 모니터링을 통해 기부자의 ‘따뜻한 유산’이 한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전국 어린이 의료기관이 참여해 협력 네트워크로 운영되는 것도 다른 점이다. 빅5 등 서울 대형병원뿐 아니라 지역에서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전문의들까지 머리를 맞대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표준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이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치료를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최근 소아 백혈병의 80%를 차지하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 환자에게 적용할 통합 치료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등 변수가 있었으나 지난 3년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소아암(혈액·고형암), 희귀질환, 공동연구 등 3개 사업 분야에서 연구과제 176건을 수행해 4000건 가까운 진단과 2300여건의 치료가 이뤄졌다. 또 공동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치료 플랫폼을 통해 6000여건의 환자 코호트(공통 특성을 보이는 집단)가 등록됐다. 원인 모를 질병에 맞닥뜨렸던 수많은 아이와 가족이 큰 비용이 드는 첨단 유전체 검사, 미세 잔존암세포 검사 등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희망의 빛을 찾았다.
다만 2단계 사업이 올 초부터 계속되는 의료 사태로 참여 의료진의 연구와 환자 등록이 위축되는 등 일부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해 살짝 걱정된다. 부디 기부자의 선한 뜻으로 시작된 사업이 지속돼 국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의 토대가 되길 기대해 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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