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 그래도 OECD 1위 자살률, 올해 10% 더 늘었다

2024. 8. 8. 0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살사망자 사망 3개월 전 자살 경호 신호. 보건복지부.


작년 자살자 급증에 이어 계속 커지는 경고음


각 부처와 지자체의 방지 대책 협업이 절실해


올 들어 5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가 수렁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 꼴이다. 지난해 자살한 사람(1만3770명)이 전년(1만2906명)보다 크게 늘자 정부는 자살위기극복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자살 예방 통합 상담전화(109)를 가동하는 등 긴급 대책을 마련했었다. 그런데도 자살이 줄기는커녕 올해도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발생한 배우 이선균씨의 비극과 청소년 자살 생중계 등의 여파를 주시한다. 유명인의 죽음이 모방 자살을 부른다는 ‘베르테르 효과’는 과거 배우 최진실씨 사례 등을 통해 확인됐다. 거기에 자살 관련 정보가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위험성이 높아져 왔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2020년 9만772건이던 자살유발정보 신고는 2022년 23만4064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자해 사진 및 동영상은 4만2850건에서 12만2442건으로 폭증했다. 당국의 신속한 심의와 차단이 시급하나 현행 시스템이 도통 따라가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면서 전 연령층이 극도의 정신적 갈등과 부담에 노출된 우리 사회의 특성은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인다. 학생 자살의 경우 2019년 140명에서 2021년 197명으로 늘었다. 가족 간 갈등(22.6%)이나 학업 문제(14.3%)가 주요 원인이었다. 자살 방법을 분석한 결과 청소년의 자살 다수가 충동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사회 내부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자살 관련 정보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듯한 결과를 초래한다. 자살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선진국은 사회의 각 부문이 협력해야만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때 자살률이 30명을 넘어섰던 핀란드가 대표적 사례다. 보건뿐 아니라 경찰과 교육, 지역사회 등 관련 당국이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해 자살률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한때 자살률 수치가 심각했던 일본은 경찰청과 후생노동성이 관련 자료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도 통계청과 경찰청·보건복지부 등이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나 아직 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살 예방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무관심한 단체장이 많은 실정이다. 국회에서 지자체별 자살 예방 노력을 평가해 발표하려고 하나 단체장의 의지가 없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합계출산율이 OECD 최하인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의 오명에서마저 벗어나지 못하면 “자멸국가”(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