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가사관리사 업무 범위 명확히 해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4주 동안 160시간의 교육을 받은 후 다음 달 3일부터 7개월간 돌봄 현장에 투입된다. 가사관리사들은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육아 돌봄 자격증을 가진 24~38세 여성들로, 모두 한국어 시험과 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공항사진기자단

그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이들은 앞으로 4주 교육을 받은 뒤 6개월간 서울시민의 가정에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시범 사업이 일·가정 양립을 통한 저출생 극복과 외국인력 유치 성공 가능성을 엿보는 가늠자여서 관심이 많다. 그러나 ‘케어기버(Caregiver) NC2’ 자격증을 보유한 가사관리사들은 아이돌봄에 특화돼 있지만, 어른을 위한 가사도 병행하게 돼 있어 업무 과중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가사관리사 채용 시범사업 실행 가이드라인’은 ‘부수적이며 가벼운’ 서비스로 모호하게 기술하고 있어 업무 범위를 둘러싼 마찰 우려가 나온다.

정부 선정 서비스 제공기관이 제시한 업무 범위는 더 상식 밖이다. 어른들을 위한 서비스 중 옷 빨래와 식기 설거지, 욕실 물청소는 되고 조리, 이불 세탁, 쓰레기 배출은 불가다. 한 집안에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예컨대 가사관리사가 식기를 설거지한 뒤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하면 고용주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가사관리사들은 명확히 규정된 업무 범위 내에서 일하고자 하지만, 고용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고 근로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려다 포기하고 고용주와 가사관리사 간 업무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결론 내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어제 경제장관회의에서 우수 외국인재 유치를 위한 ‘유학·정주·혁신형 외국인정책’을 발표했다. 비전문취업비자(E-9)로 들어온 가사관리사 업무 범위조차 주먹구구식인데 어떻게 우수 외국 인력을 유치하겠다는 건지 우려가 앞선다. 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해 하지 말고 가사관리사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들의 근로환경과 권익을 보호하기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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