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공계 학생연구자를 키우려면

2024. 8. 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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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산업 발전에 필요한 각종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것이 연구 현장의 과학기술인들과 정부의 지원이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정부와 대학, 연구책임자가 협력해 연구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인건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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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용 연세대 연구부총장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산업 발전에 필요한 각종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것이 연구 현장의 과학기술인들과 정부의 지원이었다. 그러나 2024년 대한민국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이슈는 이공계 학생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과학기술 선도국들은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위해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이공분야 대학원생에게 장학금 및 생활장려금(스타이펜드·stipend) 지원을 위해 2024년 약 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MIT, 스탠퍼드 등 유수의 대학들은 지역 물가를 반영한 스타이펜드를 지급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학생 지원을 위한 별도 행정법인(JASSO)를 설립해 학습장려비와 장학금 등 폭넓은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른 나라와 같이 우리나라도 대학과 정부가 인재육성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2월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이공계 대학원생 연구생활장려금’ 일명 한국형 스타이펜드가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정부와 대학, 연구책임자가 협력해 연구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인건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학생인건비 확보 및 지급의 역할을 연구책임자 혼자가 아닌 대학과 정부가 분담함으로써 이공계 대학원생의 처우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학생인건비 제도 개선을 통한 대학의 체질 개편도 필수적이다. 그간 학생들의 인건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못했던 이유는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인건비가 연구실별로만 지급·관리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교 전체에서는 학생인건비가 부족하지 않아도 개별 연구실은 모자란 상황이 나타났다. 따라서 학교와 연구자가 함께 적립한 인건비 일부를 학교가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경제학적으로 더 나은 상태가 되는 ‘파레토 개선’이 될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도 그럴진대 글로벌 기술경쟁을 이겨내고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키우려면 교수, 대학, 정부 모두가 한뜻으로 나서야 함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지원으로 안정된 연구·학업 환경을 조성하고, 대학 내에서는 인재 육성과 학교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다 함께 학생연구자들의 발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노력들이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도 한국 과학기술 역량을 ‘퀀텀 점프’시킬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이원용 연세대 연구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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