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녀 선수 성별 논란과 스포츠 공정성
스포츠에서 성 정체성은 인권과 경기 공정성의 균형을 요구하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다. 그런데 이번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종목에서 시스젠더(cisgender)와 트랜스젠더(transgender·성전환자)의 경기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시스젠더는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sex)과 사회적 성 정체성(gender)이 일치하는 경우다. 트랜스젠더는 태어날 때의 육체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다른 경우다.
‘XY 염색체’를 보유한 이마네 켈리프(25·알제리·66㎏급·사진 오른쪽)와 린위팅(28·대만·57㎏급) 선수의 파리 올림픽 출전이 논란이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가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실격 처분했다. 이를 근거로 두 선수의 이번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문제 되지 않는다며 출전 기회를 줬다. 논란 와중에도 두 선수는 각각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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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올림픽에 두 ‘XY 선수’ 출전
공정성 시비, 여성선수 부상 우려
종목별 특성 고려해 기준 정해야
」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하더라도 체격과 XY 염색체는 그대로라고 한다. 이 때문에 복싱 같은 격투기에서 이들이 강한 주먹을 휘두르면 시스젠더 여성선수들에겐 불공정한 게임이 된다.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경기 참가를 반대하고 IOC 정책을 비판하는 단체들이 나온 이유다.
IOC는 2004년부터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을 허용했다. 2015년에는 트랜스젠더 선수가 최소 12개월 동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리터당 10nmol(나노몰) 미만으로 유지되는 경우 여자 경기에 출전이 허용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후 이 기준도 없앴다. IOC는 “파리올림픽 복싱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한다”고 밝혔다. IOC는 “이번 대회도 이전과 동일하게 선수들의 성별과 나이를 여권(passport)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이 핵심이다. 공정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소수자 인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수 여성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정성 시비를 일으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더라도 태생이 남성인 트렌스젠더 선수들과 시스젠더 여성 선수들이 경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수영연맹과 세계육상연맹 등은 사춘기를 남성으로 보낸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스포츠 공정성과 여성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복싱·태권도·유도 등 신체를 이용해 직접 겨루는 격투기 종목에서 공정성과 여성 선수 보호 문제가 더 절실하다. 뼈와 근육 밀도 등 신체 구조가 남성과 다름없는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의 출전은 시스젠더 여성 선수에게 뇌진탕과 두개골 골절 등 큰 상해를 입혀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물론 성 소수자 선수들을 단순히 비토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스포츠 경기에 참여할 기회를 넓혀주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포용의 원칙이 다른 선수들의 권리와 생명까지 위협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경기는 남과 여의 태생적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 스포츠에서는 근력·체격·체력·호르몬 등 생물학적 특성이 경기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발급하는 여권의 성별과는 별도로 도핑 테스트나 염색체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호르몬 기준 등을 세워야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다.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도 선수의 성 정체성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개별적 해프닝으로 치부되고 뚜렷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스포츠의 공정성과 여성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총리실 직속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나 스포츠윤리센터 등이 이제라도 나서야 한다. 스포츠 생태계에 예상되는 큰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
기존의 모든 스포츠는 두 개의 성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으니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 단체들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모든 스포츠 종목에 일률적인 성별 기준을 적용하지 말고 종목별 특성에 따라 시스젠더 선수와 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참여를 다르게 정하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지원 우석대 태권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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