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통령의 복기, MB에게 배우는 교훈
이명박(MB) 정부의 성적이 나쁘다는 건 정치권에 만연한 편견 중 하나다. MB 자체가 보수 진영 내 기반이 취약하고, 팬덤과도 거리가 멀어 저평가된 것이다. 실제 퇴임 무렵 국정수행 지지율만 놓고 보면 MB는 하위권이 아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임기 마지막 3개월 지지율 기록이 남아 있는 대통령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이후 모두 6명이다. 이들 중 문재인(42%)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1위였고, 2위 노무현(27%) 전 대통령에 이어 MB는 24%를 기록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공동 3위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은 YS(6%)나 임기 도중 탄핵당한 박근혜(12%, 4년차 4분기) 전 대통령에 비하면 MB는 준수한 지지율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MB는 다른 대통령과 달리 ‘국자형’ 지지율 곡선을 그린 독특한 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2008년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촉발한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초장에 곤두박질쳤지만 집권 2년차 하반기부터 반등해 4년차 3분기까지 지지율이 40% 가까이 유지됐다. 초단기 레임덕에 빠졌다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위기를 극복해 레이스를 완주했고, 박근혜 정부로의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해냈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정권’이란 비아냥까지 듣던 MB 정부가 지지율 반전을 이룬 건 MB 스스로 변화 요구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임기 2년차인 2009년 8·15 경축사에서 ‘친서민 중도실용’으로의 국정기조 전환을 천명했고, MB는 이를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신용이 낮은 서민을 위한 무보증·무담보 대출인 ‘미소금융’이 생겼고, 정운찬 전 총리가 이끄는 동반성장위원회도 출범했다. 부작용 논란이 크긴 했지만,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도 MB 정부 때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MB와 닮았다.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게 없고, 여권 내 강력한 2인자를 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팬덤에 기반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결정적 차이는 압도적 여당이 받쳐주던 MB와 달리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극단적 여소야대 환경이란 점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윤 대통령을 부정 평가하는 이유 1위는 줄곧 ‘경제·민생·물가’다. 광복절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 대통령이 과거에서 배운다면,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여름 휴가 뒤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허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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