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금융 전문 변호사 조민제

권혁재 2024. 8. 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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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변호사'가 된 까닭


권혁재의 사람사진/ 조민제 변호사

“무궁화 사랑봉사단과 무궁화관리지도사 수강생을 초대하여
무궁화 감상과 묘목 나누기를 하니 관심 있는 분은 함께해도 됩니다.”

이는 ‘무궁화 변호사’로 알려진 조민제 변호사의 SNS 공지였다.
공지 장소인 경기도 분당구 상록우성아파트는 입구부터 무궁화 천지였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심어진 무궁화만 1700여 그루,
이 모두 2020년부터 조 변호사가 사비를 들여 손수 가꾼 무궁화였다.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무궁화동산 안내판엔 무궁화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사실 조 변호사는 조선 시대 식물 연구서인 『조선식물향명집』의 주해서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를 펴낼 정도로 우리 꽃에 해박하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융 및 M&A 분야 전문 변호사인 그가
이렇듯 무궁화를 심고 가꾸며, 무궁화 제대로 알기에 나선 이유가 뭘까.

“무궁화는 일본 꽃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보곤 못 참겠더라고요.
더구나 그 책 추천사를 당시 광복회장이 썼더라고요.
출판사에 요목조목 내용을 정리해서 보냈더니 출판사가 절판 조치했습니다.
이때 논쟁하며 더 알아보려 무궁화를 연구하는 분을 찾았죠.
그러면서 더 놀랐던 게 실제로 우리 땅에 식재된 몇천만 그루 중
80%가 손상된 상태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본강점기 때 탄압받았다면 해방 이후는 학대받은 수준 같더라고요.
제가 작정해서 키워서 핀 꽃을 봤더니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 아파트 여기저기 심기 시작했습니다.”

무궁화의 아름다움에 관해 설명하던 변호사가 갑자기 우스개를 했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 더러는 무궁화에 진딧물이 없는 줄 압니다. 제가 밤마다 다 잡아버렸으니 말입니다. 하하″


사실 아파트에 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진딧물이 꾄다는 원성에 퇴근 후 보이는 족족 진딧물을 잡아야 할 정도였다.

사실 그는 무궁화뿐만 아니라 꽃 사랑에 빠진 변호사다.
한창 일하던 IMF 무렵 과로로 쓰러진 후,
건강 관리를 위해 등산을 하다가 꽃에 빠졌다는 게다.

손수 화분에 키운 무궁화를 나눠주기 위해 손수레를 밀고 손에 들고 오는 조민제 변호사 표정이 싱글벙글하다. 이는 나눔이 만든 표정이다.


그는 무궁화 사랑 또한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라 꽃 사랑의 발로라 고백한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 합니다.
모르고 시작했으니 했죠.
누가 저더러 애국자라고 하는데 저는 단지 꽃이 예뻐서 시작한 겁니다.
한여름에 피어나 100일 동안 피어 있는 꽃이 어디 흔합니까.”
그러면서 웃는 그의 얼굴이 무궁화만큼 환하디환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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