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仰之彌高 鑽之彌堅(앙지미고 찬지미견)
2024. 8. 8. 00:12
지금은 고리타분한 말로 들리겠지만, 옛 어른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필자도 유년시절부터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였는지 대만 유학 시절에 어쩌다 지도교수님과 함께 길을 갈 때면 감히 나란히 서지 못하고 한걸음 뒤서서 걷곤 했다. 그런 나를 대견하게 여기신 지도교수께서는 대만 학생들에게 “한국 학생의 예의를 본받으라”라는 말씀을 하신 적도 있다. 겸연쩍었지만 퍽 뿌듯했었다.
공자의 애제자인 안연은 스승에 대해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어볼수록 더욱 단단하셔서, 비록 따라 배우고자 하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스승에 대한 지극한 존경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네 학교에는 존경은커녕 선생님을 ‘막 대하는’ 풍조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학부모가 선생님을 옥죄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생 인권도 보호해야 하지만, 단지 선생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의무적(?) 존경을 표하게 하여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해야만 바른 교육, 참다운 교육이 이루어진다. 스승의 권위가 무너지면 백약처방의 교육도 무효이다. 공자와 안연의 사제관계를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실현할 수는 없을까? 학생 교육과 함께 학부모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사 연수도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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