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39) 녈 구름이 심히 궂어
2024. 8. 8. 00:10
녈 구름이 심히 궂어
김성원(1525∼1597)
녈 구름이 심히 궂어 밝은 달을 가리오니
밤중에 혼자 앉아 애달음이 그지없다
바람이 이 뜻을 알아 비를 몰아 오도다
-서하당유고(棲霞堂遺稿)
눈물이 시가 되다
임진왜란 때 동복현감(同福縣監)으로 각지의 의병들과 제휴하여 현민을 보호한 서하 김성원(金成遠)의 작품이다. 난이 소강상태에 든 1596년, 의병장으로 왜적과 싸워 공이 큰 조카 김덕령이 무고로 옥사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세상과 인연을 끊고 은둔한다. 이 시조는 그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는 구름이 심히 궂어 밝은 달을 가리우니, 밤중에 혼자 앉아 애달픈 마음이 그지없다. 바람이 이 뜻을 알아 비를 몰아 오는구나.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노모를 모시고 성모산성으로 피신하였다. 적병을 만나자 부인과 함께 몸으로 어머니를 보호하다가 모두 함께 살해되었다. 뒤에 그 산을 모호산(母護山)이라 하였다.
국난을 맞아 적과 싸운 공로자를 잠시 평화가 왔다고 해서 모함해 죽음에 이르게 함은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흑역사라 하겠다. 이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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