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억의 마켓 나우] 유럽의 그린딜 계속된다
“취임 100일 안에 새로운 청정산업딜(a new Clean Industrial Deal)을 제시하겠다”
지난달 18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사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의회에서 새로운 청정산업딜을 강조하며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오는 12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기에 내년 3월 초까지 청정산업딜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듯하다.
그의 연설을 찬찬히 뜯어보면 5년 전 제시했던 그린딜을 새롭게 포장한 내용이다. 205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대륙으로 만들겠다는 그린딜의 목표에는 변화가 없고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
그는 ‘그린 철강’ 등을 언급하며 에너지 집중적인 산업과 인프라에 투자를 유인하고, 이를 위해 관련 산업의 허가와 경쟁입찰 등을 신속 처리할 수 있게 유럽 차원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진행 중인 순환경제법도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산업의 지원에는 EU 차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경쟁력펀드(competitiveness fund)가 그 역할을 맡는다. 내년부터 EU 27개 회원국은 2028~2035년 EU 예산의 총액과 주요 지출 순위를 정하는 협상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EU 예산을 증액해 경쟁력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6월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이민·반이슬람, 기후위기 대응 반대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의석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EU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그린딜이 계속해서 실행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있었다. 연임된 폰데어라이엔의 연설과 의회 내 역학 구도를 보면 속도는 조절되어도 그린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럽의회 연설 후 진행된 표결에서 401표를 얻었다. 전체 720석의 과반이 필요했기에 361석이면 충분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유럽의회 내에서 제3의 정치그룹이 된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와 접촉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이 최다 지분을 보유한 그룹이다. 그는 녹색당과 만나 그린딜 지속을 약속했고 이들의 지원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한 집행위원장은 농부들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올 초부터 EU 회원국 농민들이 브뤼셀에 집결해 기후위기 대응 반대 시위를 계속했다. EU는 시위에 굴복해 메탄가스 감축량 축소 등 속도 조절을 약속했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도 기후적응계획을 짤 때 농부들과 더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는 2026년 도입되는 탄소조정세에 따라 철강과 시멘트 산업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규제 강대국 EU는 앞으로도 환경규제를 계속 제정할 것이기에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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