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불운, 金으로 날린다' 우상혁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 부르겠다" [파리 인터뷰]

김지수 기자 2024. 8. 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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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이 2024 파리 올림픽 정상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현지에서 순조롭게 적응 훈련과 컨디션 조절이 이뤄진 만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우상혁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7을 넘었다. 전체 출전 선수 28명 중 공동 3위에 오르면서 1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가볍게 손에 넣었다.

우상혁은 결승 진출 확정 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장했다. 예선 경기력과 기록에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평소 '신중 화법'을 구사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번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상혁은 "지난 3년 동안 준비한 부분이 오늘 예선 때 50%는 보여드린 것 같아서 기쁘다"며 "한국에서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 기쁨을 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준비한 만큼 후회 없이 예선에서 뛰자는 마음이었다. 예선이지만 결승전을 뛴다는 생각이었다"며 "예선을 후회 없이 마무리하게 돼 감격스럽다. 결승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오늘까지만 즐기고 휴식을 잘 취해서 파이널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혁은 올림픽 무대 데뷔전을 치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남자 높이뛰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m26을 넘었지만 세계적인 강자들과 기량 차이를 확인했다.

우상혁은 리우 대회 이후 착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쌓았다. 2021년 도쿄 대회(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1년 지연 개최)에서 자신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 확실하게 알렸다.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 2m29를 넘고 당당히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육상 트랙 앤드 필드 종목은 하계올림픽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이진택이 8위를 기록한 이후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누구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 벽을 우상혁이 25년 만에 넘었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 결승에서 2m35를 넘고 당시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쉽게 메달 획득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육상 트랙 앤드 필드 선수로는 하계 올림픽 역대 최고인 4위를 기록했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더 강해졌다.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 같은 해 미국 유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실외)에서도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높이뛰기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입지를 다졌다.

우상혁은 지난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제 파리에서 올림픽 포디움에 오르면 주요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입상하는 커리어를 쌓게 된다. 


우상혁은 도쿄 대회에서 2m35를 넘고도 메달을 손에 넣지 못했던 아쉬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역대 하계 올림픽 남자 높이뀌기에서 2m35를 넘고도 포디움에 서지 못한 선수는 우상혁이 유일하다.

우상혁은 도쿄에서의 아쉬움과 기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때는 불운한 4위인 동시에 기쁜 4위였다"고 돌아봤다. 대신 파리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에서는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가고 싶다. 애국가를 한 번 울려보겠다"며 "예선전이 끝나면 이제 회복의 싸움이다. 더는 훈련이 없다. 얼마나 빠르게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선전을 뛰면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얼마나 잘 먹고 휴식을 잘 취해서 회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가 그렇다. 나도 잘 쉬고 릴렉스를 하면 결승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우상혁은 3년 전 도쿄 대회와는 전혀 다른 파리 대회의 게임 환경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쿄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올림픽 본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환경에서 게임을 치렀다.  

하지만 파리는 다르다. 육상 경기가 열리는 스타드 드 프랑스는 최대 8만명이 넘게 수용되는 웅장한 규모에 예선부터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들어찼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게임을 뛰는 '맛'이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우상혁은 "이런 대형 스타디움에서 많은 관중들이 들어찬 가운데 경기를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럽고 영광이다"라며 "대한민국 육상 선수로서 너무 자랑스러운 날이다. 결승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더 자랑스럽게 뛸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예선 1위는 뉴질랜드의 해미시 커가 차지했다. 커는 2m20 1, 2차 시기를 실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3차 시기에서 겨우 2m20을 넘고 고비를 넘겼다.

커는 2m24도 1차 시기에서 넘지 못했다. 2차 시기에서 2m24를 성공한 뒤 2m27은 1차 시기에서 바를 넘으면서 예선을 1위로 통과해 결선에 진출했다.

반면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미국의 저본 해리슨은 2m24를 넘지 못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번 대회 육상 종목 최대 이변 중 하나가 발생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은 한국시간으로 8월 11일 오전 2시에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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