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조사 끝에…'대장동 50억클럽' 연루 의혹 권순일·홍선근 불구속 기소

한예주 2024. 8. 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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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록 변호사 활동 혐의
'재판거래' 의혹은 계속 수사
洪, 김만배와 99억 돈거래
이자 1454만원만 범죄혐의로 인정
'김만배와 돈거래' 언론인 2명도 기소

'대장동 50억 클럽' 당사자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법조인·정치인·언론인 등이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약 3년 만이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 사건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재판 거래' 의혹은 이번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홍 회장도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99억원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지만, 1500만원 상당의 이자를 면제받은 혐의로만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7일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한 건설업체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제기한 주위토지통행권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과 성남의뜰이 성남시에 제기한 송전탑 지중화 관련 행정소송 1심의 재판 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 법리 제공 등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권순일 전 대법관. [사진=아시아경제DB]

권 전 대법관은 고문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검찰 판단은 달랐다. 검찰 관계자는 "권 전 대법관은 별도의 사무실에서 법률 자문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변호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했다"며 "실질적으로 법률 소장이나 준비서면·답변서를 작성하고 법리 대응 방향까지 조언해줬고 수정 작업을 해준 부분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재직 기간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의 50억 클럽 관련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어 우선 혐의가 소명된 부분만 먼저 기소했다는 설명이다.

재판거래 의혹은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대가로 김씨가 거액을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김씨가 대법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대법원의 권 전 대법관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소속됐던 언론사 회장인 홍 회장은 2019년 10월 김씨에게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50억원을 빌렸다가 2020년 1월 원금만 갚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홍 회장이 면제받은 약정 이자 1454만원을 김씨로부터 받은 금품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홍 회장은 2021년에도 화천대유가 지배하는 천화동인 1호를 통해 49억원을 빌렸으나 4.6%의 이자와 원금을 모두 변제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홍 회장과 김씨 사이에 오간 돈은 99억원이지만 범죄 혐의액은 1454만원에 그친 것이다.

검찰은 홍 회장이 돈 거래 대가로 김씨를 부국장으로 승진시켜줬다는 배임수재 의혹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으로 종결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승진 시기가 돈을 주고받은 시점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배임수재가 성립하려면 특정한 사안을 부탁하고 금품을 주고받는 것의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회장이 어떤 명목으로 50억원을 빌렸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과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나머지 인물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날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비판 기사를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되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직 언론인 2명을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한겨레 간부를 지낸 A씨는 2019년 5월∼2020년 8월 청탁과 함께 아파트 분양대금 총 8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6억원은 갚았으나 검찰은 금품 대여가 아닌 수수라고 판단했다.

중앙일보 간부를 지낸 B씨는 2019년 4월∼2021년 8월 김씨로부터 청탁받고 총 2억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등)를 받는다. 이 가운데 1억300만원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B씨는 이 가운데 1억400만원을 갚았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와 돈거래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한국일보 간부 C씨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김씨는 홍 회장에게 1454만원을 제공한 혐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언론인들에게 12억4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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